삼성생명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이용해 상품 컨설팅부터 계약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각종 안내문을 종이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작업을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생명 직원들이 태블릿PC를 통해 상담하고 있다.  삼성생명 제공
삼성생명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이용해 상품 컨설팅부터 계약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각종 안내문을 종이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작업을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생명 직원들이 태블릿PC를 통해 상담하고 있다. 삼성생명 제공
보험업계는 스스로를 ‘인지(人紙)산업’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보험설계사(사람)와 인쇄물(종이)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 1위 삼성생명만 해도 보험 가입자에게 보내는 우편물은 여러 안내서를 비롯해 청약서와 약관 등 모두 179종에 이른다. 한 해에 발송하는 우편물은 3000만 건으로 A4 용지 5000만 장 분량이다.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보험회사들은 주요 안내 사항과 계약을 종이 형태로 담아내면서 비효율과 자원 낭비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걱정해야 했다. 삼성생명은 종이에 매몰된 영업 행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마트 안내 서비스’를 개발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디지털 안내를 위한 반년간의 노력

삼성생명 관계자는 20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이 대중화하면서 굳이 종이를 쓰지 않더라도 보험계약이나 계약 유지에 필요한 안내를 충분히 할 수 있게 됐다”며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인지산업의 틀을 깨는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와 디지털을 결합한 이른바 ‘인디 시대’의 개막이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종이 인쇄물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안내문이 보험 가입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고 주소지가 바뀌어서 안내장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았다. 다른 사람이 우편물을 열어보는 통에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환경을 지키는 데 해가 된다는 비판도 많았다. 삼성생명이 A4 용지 5000만 장을 3000만 건의 우편물로 보내려면 이만큼의 봉투도 사용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종이 안내문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스마트 안내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는 우편 안내문을 발송했던 19개 부서, 37명의 담당자와 네 곳의 외부업체가 참여했다. 프로젝트팀은 179종의 안내장 가운데 147종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량 기준으로는 전체의 95%가 스마트폰 등으로 접할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였다.

이들은 6개월에 걸쳐 사내 시스템을 검토해 실현 가능성을 타진했고 준법경영과 보안문제를 꼼꼼히 챙겼다. 스마트 안내 서비스는 지난 9월 첫발을 내디뎠다. 올해 4월까지 8개월간 76종의 안내장 914만 건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달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환경보호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일반우편뿐만 아니라 등기우편과 보험증권까지 모두 전환하는 통합개발에 성공했다”며 “삼성생명 모바일 창구로 연결되는 기능까지 더해 고객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플랫폼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간편 비밀번호로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내용을 조회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도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은 올해 나머지 71종의 우편물도 스마트안내장으로 전환해 보험 가입자에게 발송할 계획이다.

8년 전부터 디지털화 본격 캠페인

삼성생명의 ‘디지털화’는 8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존 보험설계사(컨설턴트)들은 수십 장에 달하는 상품안내서와 청약서 등을 두 손에 들고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다. 수많은 서류를 들고 다니다 보니 분실 우려도 있었고 필요한 서류를 모두 챙겨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삼성생명은 영업 효율성을 높이고 보험 가입자가 편리하게 계약할 수 있도록 2012년 태블릿PC를 사용했다. 태블릿PC를 이용해 가입자에게 상품 컨설팅을 해주고 계약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생명 안팎에서는 ‘보험 영업의 혁신’이라는 말이 나왔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태블릿PC를 통한 신계약 체결률은 8년 만에 97%까지 상승했다. 웬만한 계약은 모두 태블릿PC를 통해 이뤄지는 셈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들이 태블릿PC를 통한 컨설팅과 계약 진행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며 “미처 준비하지 못한 자료를 고객이 요청할 때도 현장에서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시간을 그만큼 절약해 주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3년 전에는 책자로 전달되는 기존 약관을 휴대폰 문자로 보내주는 ‘모바일 약관’ 발송 서비스도 도입했다. 모바일 약관은 클릭 한 번으로 받을 수 있다. 검색 기능을 갖춰 보험 가입자들이 궁금한 내용이 있을 때 필요한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삼성생명은 이런 모바일 약관이 태블릿PC에 파일로 탑재돼 가입자와의 만남에서 계약성사, 약관전달까지 종이가 필요없는 디지털 영업문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자평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앞으로도 삼성생명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맞춰 영업부터 계약심사, 고객관리 등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할 것”이라며 “고객과 함께하는 인생금융 파트너로서 면모를 뚜렷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