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내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명숙 사건의 진실이 10년 만에 밝혀지고 있다"며 "한만호 씨의 옥중 비망록 내용을 보고 많은 국민께서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검찰이 어떻게 거짓 진술을 강요하고 협박했는지 낱낱이 있다"며 "친박 정치인들에게 6억원을 줬다는 진술은 철저히 덮어버렸다"고 했습니다.
한만호 씨는 한신건영 대표로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준 당사자입니다. 한 전 총리는 이 일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형의 선고를 받았습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비서가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수표 1억원이 한 전 총리 동생 전세금으로 쓰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 전 총리가 3억원을 받은 것은 유죄라는 것은 대법관 전원의 판단이었습니다.
한 씨의 비망록이 공개된 건 지난 14일 한 언론을 통해서입니다. 이 언론에 따르면 한 씨의 비망록에는 "자신을 검찰의 강아지였다고,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큰 죄책감을 느낀다"고 돼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민주당이 한 전 총리에 대한 구명에 나선 것입니다.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한 전 총리 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한명숙 총리 뇌물사건 관련 증언이 조작됐다는 당사자의 비망록이 언론에 공개됐다"며 "법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일탈 행위가 있었던 것인지, 검찰 수사 관행에 잘못이 있는지,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추 장관은 "과거 수사 관행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특정 사건과의 연관성에 집착하기보다는 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동조했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던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그러나 김 의원과 추 장관의 주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조 처장은 "재판은 항상 오판의 가능성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법에 나름대로 거기에 대한 대처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이(한 전 총리 무죄 주장이)사법 불신과 연결될 수 있어 말씀드린다"며 "확정 재판과 관련한 의혹제기는 증거가 될 수 없다. 의혹 제기만으로 과거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칠까 염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조 처장은 "수많은 국민들이 재판을 봤다"며 "억울하게 재판을 받은 분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법 위에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어 "국무총리, 나아가 대통령이라도 특별한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권력을 가진 집권 여당이 유죄 판결을 받은 특정인에 대해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치를 위협하는 일입니다. 조 처장의 말처럼 한 전 총리가 억울하다면 재심 청구를 통해 바로잡으면 됩니다. 명백한 증거 없이 '자기 편'이라는 이유로 두둔하는 건 국회의 책임있는 모습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