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영업이익률 70% 터치
1분기 영업익 3524억 '최대 실적'
2위 엔씨 넘어서…'빅3' 위협
영업이익 두 배 이상 급증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 1분기에 매출 5082억원과 영업이익 3524억원(영업이익률 69.3%)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각각 99%, 256% 증가했다. 영업이익만 보면 작년 1년 동안 올린 3592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지난해 매출은 1조874억원이었다.
크래프톤의 급성장으로 일명 ‘3N’으로 불리는 국내 게임업계의 견고한 3강 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만 따지면 크래프톤은 엔씨소프트(2414억원)와 넷마블(204억원)을 추월해 넥슨(4540억원)에 이어 2위까지 올라섰다.
크래프톤의 호실적은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이끌었다. 크래프톤의 100% 자회사 펍지가 원작인 PC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모바일 환경에 맞게 개발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수익이 대부분인 크래프톤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1분기에 4214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여섯 배 급증했다. 모바일 비중은 전체 매출의 83%를 차지했고, 해외 매출 비중은 95%에 달했다.
중국 텐센트가 제작해 중국에서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 ‘화평정영’이 크래프톤의 영업이익을 급격히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5월 나온 화평정영은 배틀그라운 모바일과 게임 방식, 그래픽 등이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관련 지식재산권(IP) 로열티를 크래프톤이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앱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화평정영은 1분기에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였다. 장 의장 “새로운 시도 끊임없이 추구”
크래프톤의 깜짝 실적으로 장 의장의 경영 복귀에 대한 업계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이끈 건 김창한 펍지 대표다. 하지만 평소 도전을 강조하는 장 의장의 지지가 없었다면 배틀그라운드는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다는 것이 게임업계 평가다. 배틀그라운드 출시 직전에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은 임직원 월급이 2개월치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로 위기에 내몰렸다. 그럼에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국내가 아니라 성공 가능성이 낮은 해외 시장을 처음부터 겨냥해 만들었다.
게임 흥행 성공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도 배틀그라운드의 인기와 수명을 확대한 요인으로 꼽힌다. 벤처투자가로도 유명한 장 의장은 평소에도 “벤처의 핵심은 사람으로, 성과를 다 같이 누려야 한다”고 말해왔다. 크래프톤은 2018년 배틀그라운드 개발 초기부터 참여한 직원 20여 명에게 1인당 최고 5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장 의장은 배틀그라운드의 세계 진출을 위해 해외 기업과 협업도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2011년 크래프톤이 내놓은 첫 게임 ‘테라’를 세계 시장에 내놓은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 소니와 콘솔용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만들었다. 중국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텐센트와 손잡았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 주주(13.3%)이기도 하다. 장 의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제작 역량을 최적화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