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요금이 기존의 9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승객들 사이에 빈 좌석을 의무화하면 항공기 전체 좌석의 60%가량만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티켓 가격 상승과 항공 수요 급감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호주 1위 항공사인 콴타스항공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조이스는 19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기내 사회적 거리두기는 실용적이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이스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면 128인승 항공기의 경우 22명밖에 탈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항공 요금을 기존의 8~9배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항공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요금 인상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 저비용항공사(LCC)인 프런티어항공은 옆 좌석을 비우는 대신 탑승객당 39달러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려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철회하기도 했다.

다른 항공사들과 마찬가지로 콴타스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심한 ‘수요절벽’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국내선은 5%, 국제선은 1% 수준에서 운항하고 있다. 조이스는 “오는 7월부터라도 국내선이 활발하게 재개되길 희망한다”며 “수요가 100% 회복되진 않겠지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산업의 불황은 일자리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는 9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전 세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 회사 직원(5만2000명) 중 17.3%에 해당하는 규모다.

롤스로이스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프랫앤드휘트니(P&W)와 함께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로 꼽힌다. 롤스로이스는 보잉 787, 에어버스 A350 등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산업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구조조정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구조조정은 민간 항공부문에 근무하는 직원을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롤스로이스는 민간 항공부문에 1만6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0% 이상이 영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직원 대부분은 본사가 있는 잉글랜드 더비 공장에 소속돼 있다.

롤스로이스는 직원 구조조정과 함께 공장 및 자산 효율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연간 13억파운드(약 2조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둔다는 구상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