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혁신 중심엔 이민자…'코리안 드림 프로젝트'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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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 대한민국 다시 뛰자
(11·끝) 외국인이 일하고 싶어하는 나라
내리막 걷는 해외인재 유치
전문인력 4.5만명…6년째 감소
국내체류 외국인의 2%에 불과
(11·끝) 외국인이 일하고 싶어하는 나라
내리막 걷는 해외인재 유치
전문인력 4.5만명…6년째 감소
국내체류 외국인의 2%에 불과
미얀마 출신인 이께진소 국민은행 글로벌기획부 대리(30·사진)는 ‘코리안 드림’을 꿈꿨다.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엿본 한국은 매력적인 곳이었다. 23세 때 한국으로 건너와 7년간 이를 악물고 일했다. 요즘은 한국 1위 은행에서 핵심 인력으로 통한다. 지난달 국민은행이 미얀마에서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받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이께진소 대리처럼 능력있는 외국인이 곳곳에서 경쟁력을 발휘한다면 그 가치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우수 전문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매년 우수한 연구 실적을 낸 유학생, 숙련 노동자 등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준다. 독일, 캐나다도 활발하게 이민제도를 운용하면서 외국 전문인력을 끌어안고 있다. 한국도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코리안 드림’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갈 길 먼 우수 인력 유입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3월 말 기준 220만3209명이다. 국내 인구의 4.25%다. 체류 외국인 규모는 매년 꾸준히 늘어 2016년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우수 전문인력 유입은 오히려 줄고 있다. 전문인력 자격으로 체류한 외국인은 2014년 4만9503명에서 6년 연속 감소했다. 올 3월엔 체류 외국인의 2.08%인 4만5836명에 그쳤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아직까지 고학력·고임금의 외국인 전문인력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해외에서 우수 인력을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엔 세계 각지에서 엔지니어가 몰려든다.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의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인도계다. 이민자 사이에선 ‘미국에서 능력을 발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
한국도 외국인 전문인력이 찾아오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은 10여 년 전부터 나왔다.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상임고문)은 2010년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베트남 등에서 고교 졸업자 이상으로 200만 명을 받아들이고 하루빨리 ‘이민청’을 신설해야 한다”며 “미국에는 순 이민율이 1%포인트 늘면 경제가 0.1%포인트 성장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10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의 이민정책은 여전히 ‘적극’과 거리가 멀다.
저출산·고령화 상황까지 감안하면 이민정책을 더 시급하게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유엔에 따르면 국내 총인구는 2030년 감소세로 돌아서 2100년에는 3722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고령인구 비중이 커져 복지비 지출 등에 따른 재정 부담이 급증하고, 경제활동 인구는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민자 결여가 日 성장 정체 요인
이민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는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은 일본 경제 정체의 결정적 요인으로 ‘이민자의 결여’를 꼽았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대담집 《초예측》에서 코엔은 “선진국에선 이민자가 세계 각지로부터 들어와 기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했다”며 “미국과 유럽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아예 이민정책에 손을 놓았던 건 아니다. 2008년부터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극복할 방안으로 이민정책을 고민했다. 당시 나카가와 히데나오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이끈 ‘외국인재교류추진의원연맹’은 50년 안에 유럽처럼 이민자가 인구의 10%인 다민족사회를 만들자는 내용의 정책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에 밀렸다.
일본의 경험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9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향’이란 주제의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전문인력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며 “외국 우수 인력 유입을 촉진하는 전향적인 정책을 준비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민청 설립 등에 대한 논의는 번번이 무산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민청에 관한 논의는 우선순위가 밀려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 확대와 투자이민제도 활성화가 한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교수는 “대학이나 기업이 어렵게 데려온 외국인 교수와 연구자도 인프라 부족, 경직된 문화 등으로 한국을 금방 떠나는 사례가 많다”며 “미국과 캐나다처럼 매력도가 높은 국가로 발전할 방안을 서둘러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께진소 대리는 “한국에선 전문인력을 위한 거주 기반과 프로그램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이겨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세계 곳곳에 ‘각인’되기 시작했다”며 “다양한 외국 인력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꿈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류시훈 팀장(산업부), 송형석 차장(산업부), 백승현 차장·성수영 기자(경제부), 임도원 차장·임락근 기자(정치부), 안상미 차장·정지은 기자(사회부), 이승우 기자(IT과학부), 김보라 차장(생활경제부), 이지현·김우섭 기자(바이오헬스부), 김희경·은정진 기자(문화부), 최병일 전문기자·이선우 차장(레저스포츠산업부)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해외에서 우수 전문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매년 우수한 연구 실적을 낸 유학생, 숙련 노동자 등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준다. 독일, 캐나다도 활발하게 이민제도를 운용하면서 외국 전문인력을 끌어안고 있다. 한국도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코리안 드림’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갈 길 먼 우수 인력 유입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3월 말 기준 220만3209명이다. 국내 인구의 4.25%다. 체류 외국인 규모는 매년 꾸준히 늘어 2016년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우수 전문인력 유입은 오히려 줄고 있다. 전문인력 자격으로 체류한 외국인은 2014년 4만9503명에서 6년 연속 감소했다. 올 3월엔 체류 외국인의 2.08%인 4만5836명에 그쳤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아직까지 고학력·고임금의 외국인 전문인력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해외에서 우수 인력을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엔 세계 각지에서 엔지니어가 몰려든다.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의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인도계다. 이민자 사이에선 ‘미국에서 능력을 발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
한국도 외국인 전문인력이 찾아오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은 10여 년 전부터 나왔다.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상임고문)은 2010년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베트남 등에서 고교 졸업자 이상으로 200만 명을 받아들이고 하루빨리 ‘이민청’을 신설해야 한다”며 “미국에는 순 이민율이 1%포인트 늘면 경제가 0.1%포인트 성장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10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의 이민정책은 여전히 ‘적극’과 거리가 멀다.
저출산·고령화 상황까지 감안하면 이민정책을 더 시급하게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유엔에 따르면 국내 총인구는 2030년 감소세로 돌아서 2100년에는 3722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고령인구 비중이 커져 복지비 지출 등에 따른 재정 부담이 급증하고, 경제활동 인구는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민자 결여가 日 성장 정체 요인
이민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는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은 일본 경제 정체의 결정적 요인으로 ‘이민자의 결여’를 꼽았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대담집 《초예측》에서 코엔은 “선진국에선 이민자가 세계 각지로부터 들어와 기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했다”며 “미국과 유럽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아예 이민정책에 손을 놓았던 건 아니다. 2008년부터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극복할 방안으로 이민정책을 고민했다. 당시 나카가와 히데나오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이끈 ‘외국인재교류추진의원연맹’은 50년 안에 유럽처럼 이민자가 인구의 10%인 다민족사회를 만들자는 내용의 정책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에 밀렸다.
일본의 경험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9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향’이란 주제의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전문인력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며 “외국 우수 인력 유입을 촉진하는 전향적인 정책을 준비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민청 설립 등에 대한 논의는 번번이 무산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민청에 관한 논의는 우선순위가 밀려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 확대와 투자이민제도 활성화가 한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교수는 “대학이나 기업이 어렵게 데려온 외국인 교수와 연구자도 인프라 부족, 경직된 문화 등으로 한국을 금방 떠나는 사례가 많다”며 “미국과 캐나다처럼 매력도가 높은 국가로 발전할 방안을 서둘러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께진소 대리는 “한국에선 전문인력을 위한 거주 기반과 프로그램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이겨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세계 곳곳에 ‘각인’되기 시작했다”며 “다양한 외국 인력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꿈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류시훈 팀장(산업부), 송형석 차장(산업부), 백승현 차장·성수영 기자(경제부), 임도원 차장·임락근 기자(정치부), 안상미 차장·정지은 기자(사회부), 이승우 기자(IT과학부), 김보라 차장(생활경제부), 이지현·김우섭 기자(바이오헬스부), 김희경·은정진 기자(문화부), 최병일 전문기자·이선우 차장(레저스포츠산업부)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