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해외서 자문요청 쇄도…K방역 자부심 가졌으면"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사진)은 역대 복지부 차관 중에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이 그렇게 만들었다. 지난 1월 29일부터 120일 넘게 오전 11시면 방송사 카메라 앞에서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대응을 브리핑한다.

김 차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20일 서울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김 차관은 “지난 120여 일간 일생 동안 하지 못한 경험을 많이 했다”며 “재미없는 정부 브리핑을 국민께서 이렇게 많이 보실 줄은 몰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유튜버였으면 돈 많이 벌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브리핑에 대한 부담이 작지 않았다고 했다. 김 차관은 “브리핑 내용은 사실 (정부가 국민에게) ‘똑바로 잘하라’ ‘우리가 잘 지켜보고 있다’고 했던 것”이라며 “공무원이 국민을 협박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매일 오전에 하는 브리핑에 대한 스트레스로 초기에는 점심을 거르기도 일쑤였다는 그는 “예전엔 정말 마징가 (로봇) 같았는데 요즘은 그나마 사람이 됐다”며 웃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한창 기승을 부린 2월, 대구에서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한 사망자가 나왔을 때를 꼽았다. “상황을 전하고 ‘그래서 정부 대책이 뭐냐’는 기자 질문을 받았을 때, 그 질문이 말 그대로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김 차관은 사태 초기에 충남 아산의 중국 우한 교민 수용시설을 찾았다가 물병 세례를 받는 봉변도 겪었다. “정신없이 빠져나와 차에 올라타는 순간 ‘아휴, 내일 어머니가 방송으로 이걸 보실 텐데’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김 차관은 “우리가 싸우고 있는 대상은 바이러스 자체뿐 아니라 모르는 질병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3월에는 참석한 코로나19 대책 회의에 확진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2주간 자가격리에도 들어갔다.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느끼게 된 순간이다.

초기부터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해온 김 차관은 입술이 부르트는 과로와 싸웠다. 중대본에서 일하고 있는 310여 명의 복지부 공무원도 같은 사정이라는 전언이다. 김 차관은 “달리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식사와 간식만이라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의 어려움과 노력은 최근 들어 결실을 보고 있다. 김 차관은 “해외 여러 나라와 주한 외국 대사관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된 자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사안을 한국이 이렇게 선도한 경험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 전파 제로라는 목표가 달성 가능할지 의심스럽고, 한동안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일상을 인정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래도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방역에 대해선 국민도 자부심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