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공수처 후속법안들이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정부와 여당이 당초 목표로 삼은 7월 공수처 출범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20일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등 공수처 후속법안들은 상정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공수처법에선 공수처장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대상을 나열한 현행 인사청문회법에는 공수처장이 빠져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공수처법에서 공수처장은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 출석해 보고 및 답변을 하도록 했지만, 공수처를 어느 상임위원회 소관으로 할지도 불명확한 상태다.

앞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 대상에 공수처장을 추가하고, 공수처 소관 상임위를 법제사법위원회로 하는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야당의 비협조 등으로 인해 이들 법안은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공수처 후속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를 열 법적 근거가 없게 된다. 공수처장 선임이 늦어지면 조직 구성 자체도 지연된다. 공수처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공수처 검사들은 처장이 위원장을 맡는 공수처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공수처 후속법안들은 21대 국회에서 재논의될 전망이다.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오는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회법에 따라 총선 후 첫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 이내에 열어야 한다. 그러나 1994년 국회법 개정 이후 첫 임시회가 제때 열린 적은 없다. 의장단과 상임위 배분 등 ‘원(院)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로 매번 개원식이 늦어졌다.

공수처 후속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미래통합당이 야당몫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지연하는 방법으로 공수처 출범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야당이 공수처에 협조하는 쪽으로 급선회하지 않는 한, 7월 중 공수처가 출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