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에야 5나노 첫 양산…공장 규모도 전체의 2%에 불과
삼성전자 고민 깊어져…투자해도 규모 적을 듯
대만 TSMC 미국 공장 투자, '면피성' 지적 이유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미국 공장 설립을 발표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고,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는 등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공개된 투자 내용만 보면 미·중 분쟁의 불똥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투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산 시점이 늦고 규모도 작은 데다 추가 비용만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 "규모 작고 양산 늦어"…'면피성 투자' 지적
21일 업계에 따르면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게 될 반도체 공장은 5나노(㎚) 기반으로, 대만 공장에선 벌써 시험 생산 단계다.

TSMC는 연내 5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며 2나노 공정 개발도 이미 진행하고 있다.

회사의 로드맵을 보면 3나노 반도체 양산 시점을 2022년으로 잡고 있고, 2나노 공정은 늦어도 2024년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번에 발표된 미국 공장 양산 예상 시점이 2024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노대 자체로는 선단 공정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셈이다.
대만 TSMC 미국 공장 투자, '면피성' 지적 이유는
공장 투자 규모와 생산 능력을 두고도 미국 반도체 공급망에 힘을 실을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TSMC 미국 공장 연간 시설 투자 비용은 약 13억달러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올해 투자액(150억달러)의 10%를 밑돈다.

생산능력도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만장 규모로 TSMC의 12인치 팹 합계 생산능력인 월 80만장 대비 2%에 불과하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리서치는 애플 등 대형 고객사의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선 월 6만∼10만장 수준의 생산능력이 필요하다면서 "TSMC의 중국 난징(南京) 공장 투자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중립성을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대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재근 한양대 반도체공학 교수는 "생산 제품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라는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규모"라며 다른 분석을 내 놓았다.

퀄컴 등 TSMC의 미국 고객사에 공급될 모바일 AP는 월 2만장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향후 선단 공정이 추가로 투입될 가능성도 커 '최첨단 공장'이 생기는 것이라는 평가다.
대만 TSMC 미국 공장 투자, '면피성' 지적 이유는
◇ 고민 깊어진 삼성전자…"장기적으론 투자 불가피"
이번 투자가 보여주기식인 면이 크다고 해도 파운드리 업계 2위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심각한 고민거리다.

미국의 투자 압박이 현실화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돌리고 있다.

1996년 설립됐으며, 올 1분기 매출은 1조1천21억원 규모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 수준은 11나노 이상으로 국내 파운드리 공장과 비교해 상당 수준 뒤처진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시안(西安) 낸드플래시 공장에서는 대규모 증설이 이어지고 있어 미국엔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에 관해 결정된 바 없고 시황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실제 투자가 가시화하더라도 TSMC의 투자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대만 TSMC 미국 공장 투자, '면피성' 지적 이유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반도체 메인 공급망은 아시아 중심으로 짜여 있어 미국 투자는 인력 배치와 부품 수급 관련 추가 비용이 막대하다.

세계 파운드리 '톱5' 기업을 봐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를 제외하면 주력 생산시설이 모두 아시아 지역에 위치해 있다.

미국의 고임금 구조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TSMC가 미국 공장을 설립하면 대만 공장 인건비의 130∼150% 수준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입장에선 그나마 오스틴 공장 부지를 활용하는 게 비용 절감에 효과적일 수 있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오스틴 공장) 사이트 내 주차장과 유휴부지를 활용해 2기 이상의 신규 팹을 지을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에는 팹 3기를 추가로 증설할 수 있는 면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