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등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사이를 걷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등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사이를 걷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에 5나노미터 이하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최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라인을 구축한다. 삼성전자가 화성에 이어 평택에도 초미세공정 설비를 세우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이 한 걸음 앞당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비전 2030은 삼성전자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4월 발표한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에 극자외선(EUV) 기반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한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달 공사에 착수해 2021년 하반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평택 파운드리 라인이 완공되면 7나노 미만 초미세공정 기반 제품 생산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라인 신설에 10조원 가량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UV 노광 기술은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 광원으로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초미세 회로를 구현하는 데 쓰인다.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경기 화성사업장에 있는 초미세 극자외선(EUV) 전용 'V1 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경기 화성 사업장 S3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데 이어 작년 하반기 6나노 반도체, 올해 하반기 중 5나노 반도체도 화성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선 5나노 이하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5나노 공정이 파운드리시 업체들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고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경기침체에도 반도체 생산라인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이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번 라인 구축과 관련해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등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 투자를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2위다.

삼성전자는 이번 평택 공장 증설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내놓은 '반도체 비전 2030'의 후속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회사 측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5G, HPC, 인공지능(AI), 네트워크 등 기술이 확산하면서 초미세 공정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초미세 공정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모바일 칩을 필두로 하이엔드 모바일 등으로 첨단 EUV 공정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앞으로 5나노 이하 공정 제품의 생산 규모를 확대해 EUV 기반 초미세 시장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와 지속적인 인력 채용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의 탄탄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