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교 77% 응시…창문 열고 시험·비닐장갑 끼고 시험지 배부
인천 66개교는 온라인 학평·전날 등교중지 안성 9개고 정상 시험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가 치러진 21일 등굣길에 오른 고3 학생들은 전날 첫 등교에 들떴던 모습과는 달리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등교하자마자 첫 모의평가…"불안하지만 최선 다할 거에요"
지난달 서울시교육청 주관 올해 첫 학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원격으로 시행하면서 성적을 내지 않아, 이날 학평이 사실상 올해 첫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인 셈이다.

자신의 등급과 현재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을 등교 이틀째에 치러야 하는 학생들은 시험에 대한 긴장감, 뒤늦게나마 모의고사가 이뤄진 데 대한 안도감, 떨어진 감각에 대한 불안감 등을 동시에 느끼는 듯했다.

이날 아침 제주고등학교 교문 앞에선 발열 검사와 손 소독 등을 마친 학생들은 곧바로 교실로 향해 시험 보기 전 마지막 점검을 했다.

학교는 학생 간 거리를 두기 위해 교실과 또 다른 교실 사이를 한 칸씩 비워 사용했다.

이 때문에 시험은 3학년 교실뿐 아니라 비어있는 1∼2학년 교실까지 활용됐다.

학생들은 막바지 시험 준비에 평소와는 달라진 환경까지 적응하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등교하자마자 첫 모의평가…"불안하지만 최선 다할 거에요"
제주고 구모 군은 "모든 것이 복잡하고 당황스럽다.

마스크를 끼고 시험은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답답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불만은 없다"며 "다만, 그동안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됐지만 등교 수업 하는 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은 상황에서 등교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평가가 진행돼 평소보다 더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변모 양은 "학교에 나가지 않는 동안 불안한 마음에 나름 스스로 공부해 왔지만, 그간 해온 공부가 충분한지, 오늘 시험을 잘 볼 수 있을지는 평소 시험 보기 전과 다르게 가늠이 안 된다"며 걱정했다.

비슷한 시각 울산시 남구 문수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생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혜원 학생은 "그동안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충실하게 받았지만, 아무래도 혼자서는 학습 분위기를 잡고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오늘 시험도 전국 70%가량 고3 학생들만 치른다고 하니 내 수준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겠지만, 지금이라도 첫 모의고사를 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등교하자마자 첫 모의평가…"불안하지만 최선 다할 거에요"
시험을 앞둔 경기 수원시 조원고등학교 3학년 10반 교실도 적막감만 감돌았다.

한 학생은 "등교하기 전까지 나름대로 혼자 공부를 했지만, 충분한지는 모르겠다"며 "일단 시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교실이 협소하다 보니 학생 19명의 책상은 앞뒤, 양옆으로 1m씩 간격을 뒀다.

공기 순환을 위해 교실 창문은 모두 열린 상태였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착용한 교사들은 비닐장갑을 낀 채 시험지를 배부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전날 고교 9곳에 등교 중지 명령이 내려진 안성시 학생들도 이날 정상 등교해 시험을 치렀다.

이와 달리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고3 학생 2명의 동선 등을 고려해 등교가 중단된 인천 미추홀구·중구·동구·남동구·연수구 등 5개 구 66개교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온라인 학평을 치러야 했다.

이들 학생의 시험은 채점되지 않아 전국 단위 성적에는 반영되지 않고 자신의 성적도 알 수 없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왔다.

등교하자마자 첫 모의평가…"불안하지만 최선 다할 거에요"
자택에서 온라인 학평을 보게 된 인명여고 3학년생 김모(18) 양은 "솔직히 저번 평가에서도 제 등급 컷을 정확히 알 수 없었는데 이번에도 알 수 없으니까 좀 아쉽다"며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고 치르는 건데 그게 안 되니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전국 고교 3학년생 모두가 같은 처지인 만큼,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겠다며 시험 전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제주제일고등학교 성모군은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모두가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오늘 시험에 최선을 다하고, 남은 시간도 평소 하던 대로 수능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안성지역 고교 한 학생도 "등교하면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실제로 등교해보니 발열 체크나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며 "그동안 시험 준비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등교 첫날 시험을 보는 게 크게 부담되진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평가에는 전국 2천365개교 중 1천835개교(77.6%)가 응시했다.

전국 고3은 이날 시험을 시작으로 7월 말∼8월초까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모의수능, 전국연합학력평가 등 숨 가쁜 입시 일정을 치르게 된다.

(허광무, 백나용, 류수현, 최은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