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와 대담…"김정은 답방만 기다릴 수 없다"
"미국 제재 판정 기준인 월경(越境), 말이 안 돼"
임종석 "문대통령, 북미진전 없으면 일 만들 것"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해 "올해도 북미 간 진전이 없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충분히 소통하되 부정적 견해가 있어도 일을 만들고 밀고 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오는 22일 출간되는 '창작과 비평' 2020년 여름호 대담에서 "지금 남북이 하려는 것은 국제적 동의도 받고, 막상 논의하면 미국도 부정하지 못하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런 언급은 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연설에서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자"고 말한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임 실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활용하는 결심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임 실장은 비핵화 과정이 교착상태인 원인을 묻자 '하노이 노딜'을 꼽았다.

그는 "북한은 전면적 제재 해제가 아니라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제재를 먼저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불가역적 비핵화의 시작인 영변 핵시설 해체를 제시했는데도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임 실장은 교착의 다른 원인을 두고 "남북이 양자 간 합의사항을 적극적으로 실행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우리 마음대로 북미 관계를 풀 수 없다면 새로운 결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북 제재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미국은 월경(越境)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 물자가 넘어가면 무조건 규제하려 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면 산림협력과 철도·도로 연결도 진행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임 실장은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로 남북 정상회담을 들었다.

그는 남북 정상이 수시로 민족 중대사를 논의하자고 한 것을 거론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만나겠다고 한 것을 지금 실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만 기다릴 수는 없다"며 "여러 정세를 토론하고 상대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하면 성과로 더 잘 이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임 실장은 북한의 군사훈련을 두고 "우리도 연중으로 훈련하고 새 무기를 개발한다"면서 "북한에 필요한 안보상황의 조치까지 우리가 문제 삼으면 오히려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김 위원장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문 대통령 임기에 꼭 같이 성과를 내자'고 하고 싶다"고 답했다.

한편,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는 "일반 제도정치에 몸담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남북문제에 제도 정치에서의 역할이 있다면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