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일하는 모두'에게 적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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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Study
코로나 이후 노동환경 변화 대응 (4) <끝>
플랫폼 종사자·예술가·방송작가
근로계약 맺지 않았다는 이유로
'괴롭힘 금지법' 적용되지 않아
근로기준법과 달리 처벌도 미미
코로나 이후 노동환경 변화 대응 (4) <끝>
플랫폼 종사자·예술가·방송작가
근로계약 맺지 않았다는 이유로
'괴롭힘 금지법' 적용되지 않아
근로기준법과 달리 처벌도 미미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하는 아이 때문에 재택근무를 한 지 몇 달째다. 게임과 웹툰을 보는 시간이 늘면서 아이와 신경전을 하다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이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것과는 무관한 엄마의 갑질이다. 끝내 아이를 울리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평정을 찾은 아이는 “엄마, 내가 왜 운 줄 알아. 엄마는 소리 지르고 화낼 수 있지만 나는 못 하니까 우는 거야”라고 말한다. 어른이라는 권력으로 아이를 괴롭힌 것이다. 부끄러움이 며칠을 간다. 약자는 울음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상담 중 만나는 노동자들은 고통을 참다 병이 난 사람이 대다수다. 약자라 공격할 수 없고 대항할 수 없으니 울음을 삼키다 숨이 막히고 가슴엔 피멍이 든다. “남자가 그 정도도 못 참아서 어떻게 직장생활하냐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어디 쉬운 일 있겠냐고, 어딜 가도 매한가지다”며 참으라고 한다. “사람이 쿨하지가 못해, 어제 그 일로 그러나, 나는 최소한 뒤끝은 없어.” 참으로 당당하다. 욕설 끝에도 강자는 ‘쿨한 사람’이 되고, 약자는 ‘뒤끝 있는 찌질이’가 된다.
‘괴롭힘 방지법’ 처벌 건수 적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2017년)에 따르면 회사원 10명 중 7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2019년)에서도 괴롭힘 경험률이 65.1%에 달했다. 괴롭힘이 일상적 고충이란 얘기다. 위 두 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괴롭힘 피해자 대다수는 근무 의욕이 감퇴하고 이직을 고민하며 자살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3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잘 작동되고 있을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16일 이후 2020년 3월 31일까지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은 폭언 1638건(48.9%), 부당인사 912건(27.2%), 따돌림·험담 456건(13.7%), 업무 미부여 115건(3.4%), 강요 113건(3.4%), 차별 78건(2.3%), 폭행 75건(2.2%), 감시 42건(1.2%), 사적 용무지시 29건(0.9%) 순이며 총 3347건 중 검찰에 송치된 것은 22건이라고 한다. 처벌 건수가 적은 것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한 경우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괴롭힘 행위자가 회사 대표자거나,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사용자가 법률에 정한 괴롭힘 조사를 하지 않거나, 행위자에 대해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나아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 권력 관계하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자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뿐이겠는가.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만을 금지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만을 보호 대상으로 한다.
플랫폼 노동자의 비애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 국민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예술인 등 프리랜서 노동자, 배달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 자영업자에게도 고용보험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산재보험은 이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종사자가 산재보험의 적용 제외를 신청하는 경우는 예외)하고 있다. 30여 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또한 법 적용 범위를 기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 당사자의 불평등 관계를 전제로 한 노동자보호입법으로, 정형화된 근로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현재 산업구조는 디지털화, 네트워크화 등으로 인해 비정형적 근로, 재량근로적 형태를 갖는 고용 형태가 점증하고 있고 플랫폼 노동은 그 대표적인 형태로 볼 수 있다.
민법상의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배달, 운송 등의 서비스업무종사자, 웹툰웹소설, 게임일러스트레이터 등 전문프리랜서) 또한 ‘갑을관계’에서 사회적 약자가 분명함에도 이들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당한 이유 없이도 언제든 계약 해지될 수 있는 이들이 플랫폼 노동 종사자 및 방송작가,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않는 세상’을 향해
일하는 자의 인권과 건강,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기업, 고객, 소비자, 주주 모두의 이익을 증진하는 일이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안전배려 의무의 일환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외의 특수고용 종사자 및 민법상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프리랜서 등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직장 괴롭힘 금지법을 규정하는 것은 어떨까. 직장 괴롭힘 금지법의 경우 근로기준법보다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하는 것이 법률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되면 사용자의 범위 또한 직접 고용된 하청 회사뿐만 아니라 원청 회사로까지 확대되므로 일하는 자의 안전은 더 확고히 보호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미비한 점도 있으나 괴롭힘 금지법이 노동 현장에 끼친 순기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간 형법으로 규제할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이 ‘금지되는’ 행위임을 천명한 것이다.
‘을’의 지위에 있는 ‘일하는 자 모두’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확대해 ‘꽃으로도 때리지 않는’ 세상, 우리 사회의 고통이 줄어들고 만족이 늘어나는 세상을 함께 만들면 좋겠다.
홍수경 < 더원인사노무컨설팅 강남사무소 대표 >
‘괴롭힘 방지법’ 처벌 건수 적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2017년)에 따르면 회사원 10명 중 7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2019년)에서도 괴롭힘 경험률이 65.1%에 달했다. 괴롭힘이 일상적 고충이란 얘기다. 위 두 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괴롭힘 피해자 대다수는 근무 의욕이 감퇴하고 이직을 고민하며 자살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3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잘 작동되고 있을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16일 이후 2020년 3월 31일까지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은 폭언 1638건(48.9%), 부당인사 912건(27.2%), 따돌림·험담 456건(13.7%), 업무 미부여 115건(3.4%), 강요 113건(3.4%), 차별 78건(2.3%), 폭행 75건(2.2%), 감시 42건(1.2%), 사적 용무지시 29건(0.9%) 순이며 총 3347건 중 검찰에 송치된 것은 22건이라고 한다. 처벌 건수가 적은 것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한 경우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괴롭힘 행위자가 회사 대표자거나,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사용자가 법률에 정한 괴롭힘 조사를 하지 않거나, 행위자에 대해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나아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 권력 관계하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자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뿐이겠는가.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만을 금지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만을 보호 대상으로 한다.
플랫폼 노동자의 비애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 국민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예술인 등 프리랜서 노동자, 배달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 자영업자에게도 고용보험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산재보험은 이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종사자가 산재보험의 적용 제외를 신청하는 경우는 예외)하고 있다. 30여 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또한 법 적용 범위를 기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 당사자의 불평등 관계를 전제로 한 노동자보호입법으로, 정형화된 근로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현재 산업구조는 디지털화, 네트워크화 등으로 인해 비정형적 근로, 재량근로적 형태를 갖는 고용 형태가 점증하고 있고 플랫폼 노동은 그 대표적인 형태로 볼 수 있다.
민법상의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배달, 운송 등의 서비스업무종사자, 웹툰웹소설, 게임일러스트레이터 등 전문프리랜서) 또한 ‘갑을관계’에서 사회적 약자가 분명함에도 이들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당한 이유 없이도 언제든 계약 해지될 수 있는 이들이 플랫폼 노동 종사자 및 방송작가,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않는 세상’을 향해
일하는 자의 인권과 건강,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기업, 고객, 소비자, 주주 모두의 이익을 증진하는 일이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안전배려 의무의 일환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외의 특수고용 종사자 및 민법상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프리랜서 등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직장 괴롭힘 금지법을 규정하는 것은 어떨까. 직장 괴롭힘 금지법의 경우 근로기준법보다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하는 것이 법률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되면 사용자의 범위 또한 직접 고용된 하청 회사뿐만 아니라 원청 회사로까지 확대되므로 일하는 자의 안전은 더 확고히 보호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미비한 점도 있으나 괴롭힘 금지법이 노동 현장에 끼친 순기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간 형법으로 규제할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이 ‘금지되는’ 행위임을 천명한 것이다.
‘을’의 지위에 있는 ‘일하는 자 모두’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확대해 ‘꽃으로도 때리지 않는’ 세상, 우리 사회의 고통이 줄어들고 만족이 늘어나는 세상을 함께 만들면 좋겠다.
홍수경 < 더원인사노무컨설팅 강남사무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