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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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LCC)들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의 지원을 놓고 대상 선정이나 방향성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CC 업계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21일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과 플라이강원 등 일부 LCC 사장은 22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측과 면담을 갖고 정부의 기간산업 안정기금 지원 기준에 대한 입장을 듣고 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정부가 전날 제시한 기금 지원 요건에는 총차입금이 5000억원 이상인 국적 항공사로 돼 있어 장·단기 차입금만 따지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해당되고 LCC는 지원받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장·단기 차입금 규모는 제주항공 1484억원, 티웨이항공 65억원, 진에어 300억원, 에어부산 300억원이다.

다만 장·단기 차입금 외에 리스 부채를 포함하게 되면 LCC 중에서 제주항공과 에어부산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장·단기 차입금에 유동·비유동성 리스 부채를 더한 제주항공의 차입금은 6417억원, 에어부산은 5605억원으로 5000억원을 넘는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리스 부채를 더해도 각각 4256억원과 3722억원으로 미달한다.

정부는 전날 총차입금에 리스 부채를 포함한 모든 대출이 다 해당하는지, 금융 대출만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은 밝히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는 리스 부채를 포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차입금의 기준이 되는 시점에 대한 언급도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에어부산의 경우 작년 말 기준 장·단기 차입금과 유동·비유동성 리스 부채가 4866억원이어서 기준을 올해 1분기 말로 잡아야 지원 대상에 포함이 된다. 차입금 기준은 기금운용심의회에서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기금 지원 방향이나 취지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대로는 진에어나 티웨이항공처럼 경영 상태는 양호하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은 기업을 지원한다는 건지, 에어서울이나 이스타항공처럼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린다는 건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입금이 적다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시장에서 자금 조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부의 지원만 바라보고 있는데 자금 지원하는 시늉만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토부는 애초 논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측에 아예 매출로 지원 기준을 정하거나 아니면 총차입금 규모 기준을 3000억원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으나 기재부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LCC는 차입금 규모가 작고 티웨이항공과 같은 일부 항공사는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어서 대부분 지원을 못 받게 될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며 "이 기준대로는 지상 조업사는 하나도 포함이 안 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추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국토부의 판단을 적극 반영해 해당 기업이 예외 조항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도 업계에서는 "기본 원칙이 되는 기준에도 포함을 안 시켜줬는데 예외 조항에는 넣어주겠느냐" "또 희망고문이냐" 등의 불만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예외 조항에 해당하는지를 일일이 판단하려면 정부도 그만큼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지원을 받기 더 어려울 것"이라며 "애초에 지원을 해주려면 기준을 낮춰서 대부분의 LCC가 해당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운영자금 부족분을 중심으로 지원하되 자금 대출시 금리는 '시중금리+α' 수준으로 설정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정부의 항공업계 지원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