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그라스에서 농장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장미밭에 서서 미소짓고 있다. 마스크에 가려져 이들의 입 모양은 잘 보이지 않지만 눈만 봐도 환하게 웃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미소가 분홍빛 장미들과 어우러져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들이 재배하고 있는 것은 ‘센티폴리아 장미’다. 이 장미는 그라스에서 많이 수확돼 ‘그라스 장미’라고도 불린다. 다른 장미보다 향이 달콤해 향수로 많이 만들어진다. 그라스는 센티폴리아 장미 덕분에 18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 향수 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사진 속 한 근로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한다”며 “향기를 제대로 맡기 힘들어 슬프다”고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장미를 포함해 많은 꽃이 피어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향기를 맡긴 어렵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에 취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멀리 갈 순 없지만 집 근처를 걸으며 잠깐이라도 ‘5월의 꽃들’에 취해 보는 건 어떨까.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