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취향대로 몰아보기…넷플릭스, 콘텐츠 소비 판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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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효과
케빈 맥도널드 / 다니엘 스미스-로우지 엮음
유건식 옮김 / 한울아카데미 / 432쪽│5만4000원
미디어 산업 '게임 체인저' 집중 분석
케빈 맥도널드 / 다니엘 스미스-로우지 엮음
유건식 옮김 / 한울아카데미 / 432쪽│5만4000원
미디어 산업 '게임 체인저' 집중 분석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지급하면 수천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전자책과 오디오북도 이용할 수 있다. 요즘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구독 서비스 모델이다. 이 커다란 변화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로부터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구독 서비스의 확산을 ‘넷플릭스 효과(The Netflix Effect)’라고 부른다. 넷플릭스 효과는 단순히 구독 확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무명의 배우를 하루아침에 유명하게 만들고, 소비자가 콘텐츠를 보는 방법을 바꾸고 있다”며 “이를 통해 영화와 방송 사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테크놀로지는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콘텐츠를 동시에 출시하는 전략 때문에 다른 업체들까지 해외에 더 빨리 콘텐츠를 공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효과》는 넷플릭스가 바꾼 세계 산업의 지형과 소비자의 콘텐츠 이용 패턴 등을 살펴보고 그 비결을 분석한다. 넷플릭스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두 명의 연구자가 엮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가르치는 케빈 맥도널드, 같은 학교에서 영화학을 가르치고 있는 다니엘 스미스-로우지다.
1997년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2007년 OTT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으며, 세계 190개국에 진출해 있다. 넷플릭스 이전에도 영상 콘텐츠의 역사를 바꾼 미디어플랫폼은 많았다. 케이블 방송과 위성방송, 인터넷TV(IPTV)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변화의 정도와 크기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에 비하면 미약하다. OTT는 매체의 발전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영상 콘텐츠의 개념 자체를 바꿔놓고 있으며, 산업의 판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두 연구자는 이 커다란 변화를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를 ‘게임 체인저’라고 부른다.
넷플릭스는 그 도전을 기존의 거대한 시장인 미국 할리우드의 공식 자체를 깨는 것으로 시작했다. 할리우드에선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 등 다수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 중심이다. 넷플릭스는 오히려 이를 ‘역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개인별 취향에 맞게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하고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토드 옐린 넷플릭스 부사장은 시나리오 작가들을 발굴한 뒤 고용했다. 작가들에게 콘텐츠를 보게 한 뒤 ‘사랑’ ‘징그러움’ ‘기묘함’ 등으로 감정을 분류하게 하고 작품의 완결성과 수준을 평가하게 했다. 여기에 첨단기술을 결합해 추천 시스템을 구성했다. 190개국 사람들이 즐기는 ‘취향의 제국’이 탄생한 비결이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만 보고, 다른 콘텐츠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반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의 이런 시도는 콘텐츠를 덜 소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더 많이 보고 싶은 욕구를 끝없이 촉발시키고 있다. 이용자들이 넷플릭스 콘텐츠의 여러 회차를 연달아 보는 ‘몰아보기’ 현상도 이 욕구가 발현된 것이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해리스에 따르면 1500명의 응답자 중 61%가 넷플릭스의 작품을 볼 때면 2~6회 에피소드를 한자리에서 몰아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는 존재하기 어려운 법. 넷플릭스 또한 긴장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최근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디즈니, HBO 등 경쟁사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고,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이용자를 빼앗길 위험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넷플릭스가 고품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계속 출시해야 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기존 인기작을 뛰어넘을 또 다른 인기작을 내놔야만 한다. 많은 제작비를 들여 직접 제작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만, 오리지널 콘텐츠야말로 넷플릭스 성장의 원동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엮은이들은 “넷플릭스는 미디어계에 빠르게 돌풍을 일으켰지만, 그만큼 빠르게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역동적인 시대에 넷플릭스가 살아남기 위해선 이전처럼 끊임없이 혁신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전문가들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구독 서비스의 확산을 ‘넷플릭스 효과(The Netflix Effect)’라고 부른다. 넷플릭스 효과는 단순히 구독 확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무명의 배우를 하루아침에 유명하게 만들고, 소비자가 콘텐츠를 보는 방법을 바꾸고 있다”며 “이를 통해 영화와 방송 사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테크놀로지는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콘텐츠를 동시에 출시하는 전략 때문에 다른 업체들까지 해외에 더 빨리 콘텐츠를 공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효과》는 넷플릭스가 바꾼 세계 산업의 지형과 소비자의 콘텐츠 이용 패턴 등을 살펴보고 그 비결을 분석한다. 넷플릭스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두 명의 연구자가 엮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가르치는 케빈 맥도널드, 같은 학교에서 영화학을 가르치고 있는 다니엘 스미스-로우지다.
1997년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2007년 OTT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으며, 세계 190개국에 진출해 있다. 넷플릭스 이전에도 영상 콘텐츠의 역사를 바꾼 미디어플랫폼은 많았다. 케이블 방송과 위성방송, 인터넷TV(IPTV)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변화의 정도와 크기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에 비하면 미약하다. OTT는 매체의 발전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영상 콘텐츠의 개념 자체를 바꿔놓고 있으며, 산업의 판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두 연구자는 이 커다란 변화를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를 ‘게임 체인저’라고 부른다.
넷플릭스는 그 도전을 기존의 거대한 시장인 미국 할리우드의 공식 자체를 깨는 것으로 시작했다. 할리우드에선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 등 다수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 중심이다. 넷플릭스는 오히려 이를 ‘역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개인별 취향에 맞게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하고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토드 옐린 넷플릭스 부사장은 시나리오 작가들을 발굴한 뒤 고용했다. 작가들에게 콘텐츠를 보게 한 뒤 ‘사랑’ ‘징그러움’ ‘기묘함’ 등으로 감정을 분류하게 하고 작품의 완결성과 수준을 평가하게 했다. 여기에 첨단기술을 결합해 추천 시스템을 구성했다. 190개국 사람들이 즐기는 ‘취향의 제국’이 탄생한 비결이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만 보고, 다른 콘텐츠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반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의 이런 시도는 콘텐츠를 덜 소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더 많이 보고 싶은 욕구를 끝없이 촉발시키고 있다. 이용자들이 넷플릭스 콘텐츠의 여러 회차를 연달아 보는 ‘몰아보기’ 현상도 이 욕구가 발현된 것이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해리스에 따르면 1500명의 응답자 중 61%가 넷플릭스의 작품을 볼 때면 2~6회 에피소드를 한자리에서 몰아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는 존재하기 어려운 법. 넷플릭스 또한 긴장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최근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디즈니, HBO 등 경쟁사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고,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이용자를 빼앗길 위험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넷플릭스가 고품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계속 출시해야 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기존 인기작을 뛰어넘을 또 다른 인기작을 내놔야만 한다. 많은 제작비를 들여 직접 제작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만, 오리지널 콘텐츠야말로 넷플릭스 성장의 원동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엮은이들은 “넷플릭스는 미디어계에 빠르게 돌풍을 일으켰지만, 그만큼 빠르게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역동적인 시대에 넷플릭스가 살아남기 위해선 이전처럼 끊임없이 혁신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