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펀드에 15조원 뭉칫돈…'착한기업' 투자가 대세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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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기업' 찾는 투자자들
배당보다 사회적책임에 더 관심
ESG펀드 작년의 2배 돈 몰려
'지속가능 기업' 찾는 투자자들
배당보다 사회적책임에 더 관심
ESG펀드 작년의 2배 돈 몰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은 지난 19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기업과 정부가 공익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달 주주 서한에서 “사상 처음으로 배당을 중단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월가를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SG 투자를 표방하는 펀드가 좋은 수익률을 낸 영향이다. 기업의 환경보호 및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적절성 여부를 주시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ESG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착한 투자’의 승리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통상 ESG 등급이 높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코로나19 수혜자로 떠오르면서 ESG 투자 성과도 좋아지게 된 ‘착시효과’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착한 투자’ 관심↑
미국 투자정보회사인 모닝스타다이렉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ESG 펀드의 70% 이상이 비(非) ESG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 기간 ESG 펀드에는 122억달러(약 15조원)가 몰렸다. 뉴욕증시가 강세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 유입된 자금의 두 배 수준이다.
ESG 투자 옹호론자들은 “기업의 윤리성과 투자 수익률이 별개라는 통념이 깨졌다”고 환호하고 있다. 조지 세라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투자자들은 코로나19 같은 악재를 이겨내고 장기 지속가능한 기업을 찾고 있다”며 ESG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요한 투자 판단 잣대로 떠올랐다고 했다.
월가에서도 ESG 투자를 주목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19일 경영진 메모를 통해 “코로나19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고객사들에 ESG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도 ESG 경영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에는 ESG 중 환경 문제(E)와 임원 보수(G)가 중요한 평가 잣대였다. 두 요소에 비해 사회적 책임(S)은 사회공헌 활동이나 협력업체를 적절히 대우해주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또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생존의 위기에 처한 기업이 ESG까지 챙기는 것은 사치’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자 직원 처우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떠올랐다. ESG 투자자들이 배당을 줄여서라도 인력 구조조정을 막으려는 기업들을 더 지지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쉐이크쉑은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려 했다가 더 어려운 기업들에 갔어야 할 기회를 가로챘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ESG 투자가 확대될수록 기업의 ESG 등급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주주총회 등에서 ESG 관련 압박 강도가 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갈 길 남은 ESG
하지만 ESG 투자가 코로나19 국면에서 성공한 비결은 우연일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ESG 등급이 높았기 때문에 ESG 투자 대상이 됐고, 마침 이들 기업이 코로나19 수혜주로 지목되며 주가가 뛴 영향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IT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이 적고 직원들의 고용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아 ESG 등급이 잘 나오는 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MS에 최고 등급인 AAA를 부여했다. MS 주가는 올 들어 4월까지 13.6% 상승했다. 클라우드, 화상회의 플랫폼 등 코로나19로 주목받은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S&P500지수의 하락률(-9.8%)을 감안해 볼 때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 들어 4개월 동안 수익률 상위 10개 ESG 펀드 중에서 6개는 마이크로소프트, 2개는 테슬라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4월까지 86.9% 상승했다. 또 환경문제로 ESG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정유·항공사가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ESG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ESG 등급의 신뢰성도 도마에 올라 있다. 평가 기준이 다소 자의적이어서 평가사마다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가령 테슬라는 저스트캐피털로부터는 하위 10%, MSCI로부터는 A등급을 받았다. 저스트캐피털은 테슬라의 근로 환경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고, MSCI는 테슬라가 환경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생긴 차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 기업의 ESG 등급이 평가사들 사이에서 일치할 확률은 60% 정도다. 이 때문에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ESG 평가사를 감독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 ESG투자
환경(environmental)과 사회(social)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건전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탄소 및 오염물질 배출량, 이사회 구성 및 임원 보수, 근로자 처우 등을 따진다. 사회적 책임투자(SRI)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코로나19를 계기로 월가를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SG 투자를 표방하는 펀드가 좋은 수익률을 낸 영향이다. 기업의 환경보호 및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적절성 여부를 주시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ESG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착한 투자’의 승리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통상 ESG 등급이 높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코로나19 수혜자로 떠오르면서 ESG 투자 성과도 좋아지게 된 ‘착시효과’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착한 투자’ 관심↑
미국 투자정보회사인 모닝스타다이렉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ESG 펀드의 70% 이상이 비(非) ESG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 기간 ESG 펀드에는 122억달러(약 15조원)가 몰렸다. 뉴욕증시가 강세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 유입된 자금의 두 배 수준이다.
ESG 투자 옹호론자들은 “기업의 윤리성과 투자 수익률이 별개라는 통념이 깨졌다”고 환호하고 있다. 조지 세라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투자자들은 코로나19 같은 악재를 이겨내고 장기 지속가능한 기업을 찾고 있다”며 ESG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요한 투자 판단 잣대로 떠올랐다고 했다.
월가에서도 ESG 투자를 주목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19일 경영진 메모를 통해 “코로나19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고객사들에 ESG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도 ESG 경영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에는 ESG 중 환경 문제(E)와 임원 보수(G)가 중요한 평가 잣대였다. 두 요소에 비해 사회적 책임(S)은 사회공헌 활동이나 협력업체를 적절히 대우해주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또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생존의 위기에 처한 기업이 ESG까지 챙기는 것은 사치’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자 직원 처우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떠올랐다. ESG 투자자들이 배당을 줄여서라도 인력 구조조정을 막으려는 기업들을 더 지지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쉐이크쉑은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려 했다가 더 어려운 기업들에 갔어야 할 기회를 가로챘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ESG 투자가 확대될수록 기업의 ESG 등급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주주총회 등에서 ESG 관련 압박 강도가 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갈 길 남은 ESG
하지만 ESG 투자가 코로나19 국면에서 성공한 비결은 우연일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ESG 등급이 높았기 때문에 ESG 투자 대상이 됐고, 마침 이들 기업이 코로나19 수혜주로 지목되며 주가가 뛴 영향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IT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이 적고 직원들의 고용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아 ESG 등급이 잘 나오는 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MS에 최고 등급인 AAA를 부여했다. MS 주가는 올 들어 4월까지 13.6% 상승했다. 클라우드, 화상회의 플랫폼 등 코로나19로 주목받은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S&P500지수의 하락률(-9.8%)을 감안해 볼 때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 들어 4개월 동안 수익률 상위 10개 ESG 펀드 중에서 6개는 마이크로소프트, 2개는 테슬라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4월까지 86.9% 상승했다. 또 환경문제로 ESG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정유·항공사가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ESG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ESG 등급의 신뢰성도 도마에 올라 있다. 평가 기준이 다소 자의적이어서 평가사마다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가령 테슬라는 저스트캐피털로부터는 하위 10%, MSCI로부터는 A등급을 받았다. 저스트캐피털은 테슬라의 근로 환경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고, MSCI는 테슬라가 환경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생긴 차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 기업의 ESG 등급이 평가사들 사이에서 일치할 확률은 60% 정도다. 이 때문에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ESG 평가사를 감독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 ESG투자
환경(environmental)과 사회(social)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건전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탄소 및 오염물질 배출량, 이사회 구성 및 임원 보수, 근로자 처우 등을 따진다. 사회적 책임투자(SRI)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