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대만판 철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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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그제 중국을 향해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이는 다름 아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었다. 미국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장관의 공개 브리핑이 맞나 싶을 정도다. 가급적 부드럽게, 빙빙 돌려서 조심스럽게 말하는 게 외교관 아닌가. 미국 외교수장의 한마디에 지금 미·중 관계의 실상이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전불사를 넘어 건곤일척의 한판 싸움이 이미 시작된 듯한 험악한 분위기다.
‘우한발(發) 코로나’가 양국 사이의 핵심 논쟁거리지만, ‘대만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제 2기 집권 취임식을 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공개 축사를 보냈다. 미 국무장관이 대만 총통에게 취임축사를 보내기는 처음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강조해온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모양새다. 대만 문제 때문에라도 중국의 반발이 말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미·중 사이의 거친 소용돌이에 말려드는 듯하지만 대만은 거침없어 보인다. “(중국이 주장해온) 일국양제를 거부한다”고 먼저 선언한 것도 총통 취임식장의 차이잉원(蔡英文)이었다. 그녀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할 의사까지 분명히 했다. ‘대만판 철의 여인’ 같은 결기다.
차이잉원은 통상법을 전공한 교수 출신이다. WTO(세계무역기구) 협상에서 대만 대표로 역량을 발휘하다 2004년 민진당을 통해 정계로 진출했다. 이번 취임식에선 ‘평화 대등 민주 대화’의 이른바 ‘8자(字)’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시진핑을 겨냥해 ‘대만해협 건너편 지도자’라고 지칭했다. 갈수록 패권적 색채가 짙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부유한 집안의 9남매 막내’ ‘어머니와 사는 64세 독신여성’이란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단호한 리더십이다. 코로나 초기방역에서 역량을 보여준 대로 대만의 행정력도 탄탄한 편이다.
‘아시아의 4룡’으로 나란히 비교되기도 했지만, 대만과 대한민국은 많이 달라졌다. 그래도 거대 중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는 점은 변함없는 공통점일 것이다.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는 중국을 향해 할 말을 하는 리더십이 돋보인다. ‘대처 이후 주목할 만한 국제 여걸’이라면 과한 평가일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우한발(發) 코로나’가 양국 사이의 핵심 논쟁거리지만, ‘대만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제 2기 집권 취임식을 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공개 축사를 보냈다. 미 국무장관이 대만 총통에게 취임축사를 보내기는 처음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강조해온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모양새다. 대만 문제 때문에라도 중국의 반발이 말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미·중 사이의 거친 소용돌이에 말려드는 듯하지만 대만은 거침없어 보인다. “(중국이 주장해온) 일국양제를 거부한다”고 먼저 선언한 것도 총통 취임식장의 차이잉원(蔡英文)이었다. 그녀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할 의사까지 분명히 했다. ‘대만판 철의 여인’ 같은 결기다.
차이잉원은 통상법을 전공한 교수 출신이다. WTO(세계무역기구) 협상에서 대만 대표로 역량을 발휘하다 2004년 민진당을 통해 정계로 진출했다. 이번 취임식에선 ‘평화 대등 민주 대화’의 이른바 ‘8자(字)’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시진핑을 겨냥해 ‘대만해협 건너편 지도자’라고 지칭했다. 갈수록 패권적 색채가 짙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부유한 집안의 9남매 막내’ ‘어머니와 사는 64세 독신여성’이란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단호한 리더십이다. 코로나 초기방역에서 역량을 보여준 대로 대만의 행정력도 탄탄한 편이다.
‘아시아의 4룡’으로 나란히 비교되기도 했지만, 대만과 대한민국은 많이 달라졌다. 그래도 거대 중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는 점은 변함없는 공통점일 것이다.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는 중국을 향해 할 말을 하는 리더십이 돋보인다. ‘대처 이후 주목할 만한 국제 여걸’이라면 과한 평가일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