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의사회(MSF)는 5년여 간 내전 중인 예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참사가 시작됐다며 국제 사회가 시급히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MSF는 "예멘 남부 아덴에 MSF가 설치한 코로나19 치료센터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며 "우리는 지금 아덴에서 대참사의 서막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MSF 측은 예멘에서 뎅기열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이 퍼진 적이 있지만, 코로나19처럼 짧은 시간에 사망자가 많이 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이 치료센터에 감염자 173명이 입원해 이 가운데 최소 68명이 숨졌다. 예멘 남부에서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은 MSF의 치료센터가 유일하다.

예멘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22일 현재 정부군이 통제하는 아덴 등 예멘 남부에서만 확진자 193명, 사망자가 33명 발생했다. 반군이 통제하는 사나를 비롯한 예멘 북부는 확진자 4명, 사망자가 1명으로 파악된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예멘 정부의 공식 집계로는 확진자 107명, 사망자가 20명이다. MSF의 발표대로라면 정부의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은 실제 인명 피해 규모가 훨씬 많은 셈이다.

이 단체의 치료센터에 온 코로나19 감염자의 치명률도 최소 40%로 전세계 평균(6%)을 훌쩍 넘는다. MSF는 "이런 치명률은 유럽의 중환자실 수준의 비율"이라며 "사망자의 나이도 40∼60대로 유럽보다 젊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 집계를 인용해 코로나19 확산 이전 아덴에서는 평균 10구가 매장됐지만 최근엔 80구 정도로 훨씬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MSF는 "아덴 치료센터에서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실제 피해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며 "많은 환자가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이어진 내전으로 의료 체계가 붕괴돼 정부도 코로나19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의료진에게 줄 돈, 보호 장비, 검사 도구가 부족하고 정확한 감염자 수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