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수지 땅 거래 급증…기획부동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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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규제 '풍선효과'
"택지지구 조성" "전철 개통된다"
근거없고 불확실한 호재 광고
성남 갈현동 지분거래 10배 늘어
대부분 개발·처분 불가능한 토지
경기도 "토지거래허가제 검토"
"택지지구 조성" "전철 개통된다"
근거없고 불확실한 호재 광고
성남 갈현동 지분거래 10배 늘어
대부분 개발·처분 불가능한 토지
경기도 "토지거래허가제 검토"
경기 성남시 갈현동과 용인시 수지구 일대에서 올 들어 기획부동산 의심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규제 풍선효과로 경기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면서 토지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어서다. 경기도는 조만간 이들 지역을 주의지역으로 지정하고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아파트 막힌 ‘수용성’…토지시장 들썩
22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경기도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성남시와 용인시 등에서 임야를 쪼개 지분 형태로 판매하는 토지 거래가 크게 늘었다. 갈현동 일대에서는 지난달에만 58건의 토지 거래가 이뤄졌다. 올 3월(16건)에 비해 네 배 가까이로 늘어났고 지난해 월평균(6건)과 비교하면 10배가량 급증했다.
거래된 토지는 갈현동 산88, 산128의 5 등으로 대부분 고불산 망덕산 인근 개별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 있어 사실상 개발 가능성이 희박하다. 대표적 보전산지인 공익용 산지는 임업 생산과 함께 재해 방지, 수원 보호, 자연생태계 보전, 자연경관 보전, 국민보건휴양 증진 등 공익 기능을 위해 지정된 땅이다.
업계에서는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거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땅을 판 주체는 법인들로 지난해 말과 올초에 걸쳐 인근 땅을 사들여 지분 형태로 쪼갠 뒤 매입 가격보다 4~5배 높여 팔았다. “갈현1·2·3지구에 곧 택지지구가 조성된다” “수광선(수서역~광주시) 복선전철 개통이 임박했다” 등의 근거가 없고 불확실한 호재로 투자자들을 유인한 것이다.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을 활용했다.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과 처인구 남사면 방아리 일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우리경매 KB경매 등 대표적인 기획부동산업체와 관계된 회사들이 인근 땅을 매입해 쪼개 팔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다. 경기도는 조만간 이 일대를 주의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투기가 의심되면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백 명 지분 공유, 개발·처분 힘들어
기획부동산은 객관적이지 않고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근거로 과대광고 등을 통해 토지를 파는 업체다.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지정돼 싸게 살 수 있는 땅을 매입해 웃돈을 붙여 판다. 다단계 방식의 영업을 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많다. 수백 명이 땅 지분을 공유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의견을 모아 땅을 개발하거나 처분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판교 제2테크노밸리 조성지 인근인 성남시 금토동 한 임야는 소유주가 4000명에 달했다. 청계산 정상(과천매봉 기준)과 비슷한 해발 400m 부지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2017~2018년 이후 이 같은 기획부동산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경기지역 토지 지분 거래는 2015년 5만2000여 건에서 지난해 8만여 건으로 증가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기획부동산은 1000만~3000만원대 소액 투자가 대부분”이라며 “아파트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투자는 하고 싶은데 운용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요 타깃”이라고 말했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이 기획부동산의 투자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는 설명이다.
경기도와 주요 지방자치단체도 칼을 빼들었다. 경기도는 3월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일원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 서초구와 가깝고 인근에 판교 제2·3테크노밸리 사업, 성남 고등지구 등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 이상 토지를 승인받지 않고 사용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계약 체결 당시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토지가격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벌금이 부과된다.
김준태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연내 시·군 협의와 검증을 거쳐 기획부동산 투기우려지역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아파트 막힌 ‘수용성’…토지시장 들썩
22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경기도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성남시와 용인시 등에서 임야를 쪼개 지분 형태로 판매하는 토지 거래가 크게 늘었다. 갈현동 일대에서는 지난달에만 58건의 토지 거래가 이뤄졌다. 올 3월(16건)에 비해 네 배 가까이로 늘어났고 지난해 월평균(6건)과 비교하면 10배가량 급증했다.
거래된 토지는 갈현동 산88, 산128의 5 등으로 대부분 고불산 망덕산 인근 개별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 있어 사실상 개발 가능성이 희박하다. 대표적 보전산지인 공익용 산지는 임업 생산과 함께 재해 방지, 수원 보호, 자연생태계 보전, 자연경관 보전, 국민보건휴양 증진 등 공익 기능을 위해 지정된 땅이다.
업계에서는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거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땅을 판 주체는 법인들로 지난해 말과 올초에 걸쳐 인근 땅을 사들여 지분 형태로 쪼갠 뒤 매입 가격보다 4~5배 높여 팔았다. “갈현1·2·3지구에 곧 택지지구가 조성된다” “수광선(수서역~광주시) 복선전철 개통이 임박했다” 등의 근거가 없고 불확실한 호재로 투자자들을 유인한 것이다.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을 활용했다.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과 처인구 남사면 방아리 일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우리경매 KB경매 등 대표적인 기획부동산업체와 관계된 회사들이 인근 땅을 매입해 쪼개 팔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다. 경기도는 조만간 이 일대를 주의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투기가 의심되면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백 명 지분 공유, 개발·처분 힘들어
기획부동산은 객관적이지 않고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근거로 과대광고 등을 통해 토지를 파는 업체다.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지정돼 싸게 살 수 있는 땅을 매입해 웃돈을 붙여 판다. 다단계 방식의 영업을 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많다. 수백 명이 땅 지분을 공유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의견을 모아 땅을 개발하거나 처분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판교 제2테크노밸리 조성지 인근인 성남시 금토동 한 임야는 소유주가 4000명에 달했다. 청계산 정상(과천매봉 기준)과 비슷한 해발 400m 부지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2017~2018년 이후 이 같은 기획부동산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경기지역 토지 지분 거래는 2015년 5만2000여 건에서 지난해 8만여 건으로 증가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기획부동산은 1000만~3000만원대 소액 투자가 대부분”이라며 “아파트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투자는 하고 싶은데 운용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요 타깃”이라고 말했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이 기획부동산의 투자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는 설명이다.
경기도와 주요 지방자치단체도 칼을 빼들었다. 경기도는 3월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일원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 서초구와 가깝고 인근에 판교 제2·3테크노밸리 사업, 성남 고등지구 등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 이상 토지를 승인받지 않고 사용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계약 체결 당시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토지가격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벌금이 부과된다.
김준태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연내 시·군 협의와 검증을 거쳐 기획부동산 투기우려지역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