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단체도 글로벌 수준에 맞는 투명성 확보해야
“햇빛이 최고의 소독제”라는 말은 투명성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문구다. 미국의 저명한 판사 루이스 브랜다이스는 1914년 출간한 책 《다른 사람들의 돈(Other People’s Money)》의 ‘대중공개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일’ 부문 첫 문단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대중공개는 사회적·산업적 병폐의 치료제로 칭송받을 만하다. 햇빛이 최고의 소독제라고 한다면, 전깃불은 가장 효과적인 경찰관이다.” 20세기 초 미국 투자은행으로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의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돈을 운용하는 기관은 수탁책임을 지므로 투명하게 관련 사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국 기업의 가치를 비슷한 실적의 외국 회사와 비교해 보면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매출비율(PSR) 등이 현저히 낮다. 소위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관찰할 수 있는데, 기업 경영과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그리고 취약한 지배구조가 한국 기업 저평가의 원인으로 종종 지목된다. 우리는 제도적인 개혁을 통해 투명성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고, 사기업의 경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투명한 기업은 영업비밀이 아닌 한 모든 정보를 공시해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한다. 시민단체들은 비판자와 감시자로서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왔고 여러 가지 개혁을 이끌어냈다. 기업도 이에 화답해 단순히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경제의 핵심 축으로써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논란은 이제 시민단체들이 정부와 기업에 투명성을 요구했듯이 자신들도 투명해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재정의 상당 부분을 다른 사람들의 돈에 의존하는 시민단체는 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힐 의무가 있다. 정의연 역시 모든 지출 내역과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외부감사 등의 견제 장치를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기업들도 처음에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받았을 때 기업 경영과 의사결정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불평도 하고 반발도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미 투명성이 기업가치에 장기적으로 도움 된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감시자로서 기업이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요구해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이를 수용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이번 정의연 사태를 계기로 시민단체들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가 사회와 국민을 위해 더 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