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한국형 뉴딜, 편향성·취약성 극복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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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립 한국에 큰 시련 예고
제조업에 의존한 경제체질 문제
중국, 핀테크 강국 도약할 때
한국, 서비스산업 한발짝도 못나가
산업을 경제적 측면만 보지 말고
통상·안보·기술적 측면 연계해야
최병일 < 이화여대 교수 >
제조업에 의존한 경제체질 문제
중국, 핀테크 강국 도약할 때
한국, 서비스산업 한발짝도 못나가
산업을 경제적 측면만 보지 말고
통상·안보·기술적 측면 연계해야
최병일 < 이화여대 교수 >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충격파는 세계 곳곳을 연결하는 제조업의 글로벌 공급망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협한 지 오래다. 중국발 공급 중단 사태는 미국, 인도, 동유럽 등으로 확대돼 나갔다.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국경 차단, 국가 내 지역 격리 조치는 공장들을 멈춰 세웠다. 무역의존도가 70%를 넘는 세계 6대 무역대국 대한민국의 제조업 동맥도 급속히 식어갔다. 중국 공장은 다시 가동을 시작했지만, 글로벌 공급망은 이미 여기저기 막혔다. 공급 차질도 심각하지만 생산해도 내다 팔 곳이 없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도 이렇진 않았다. 그 위기들은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 충격이었다. 국가가 앞장서서 파격적으로 재정을 풀고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동요하던 경제심리를 안정시켰고, 극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 위기는 다르다. 정부가 내일이 없는 듯이 재정을 쏟고 유동성을 퍼붓지만, 경제심리는 불안 그 자체다. 코로나19와 상당 기간 살아가야 한다는 끔찍한 사실 때문이다. 과거 위기 극복의 선봉장이었던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와중에 격화되는 미·중 대립은 더 큰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과 연계된 글로벌 공급망의 치명적 위험을 체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 구축을 선언했다. 아직 초기 단계의 구상이지만 한국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모범 방역국으로 떠오른 한국이지만 제조업은 퍼펙트스톰 속으로 밀려들어가고 있다.
제조업 위기는 그간 정책적 선택의 누적된 결과다. 지금까지 거대 폭풍이 한국을 덮칠 때마다 제조업 한 날개에 의존해온 경제 체질이 근본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그 대안으로 서비스 빅뱅이 제시됐지만, 아직까지 서비스 빅뱅은 누군가의 정책보고서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임산업, K팝, K의료 등 계기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산업화로의 생태계 조성은 이뤄지지 않았다. 디지털 혁명과 공유경제의 세계적 열풍 속에서 중국은 핀테크 강국으로 한국을 치고 나갔지만, 이제야 민원의 대상이던 공인인증서를 폐지한다는 것이 한국적 현실이다. 원격진료는 한국에서 아직도 딴 세상 일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서비스산업은 한 발짝도 못 나갔다.
제조업은 스스로 중국 편향을 더 키웠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도 불구하고 중국 투자는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차이나 리스크를 경고하고 안보-기술-산업 연계가 큰 분야에서 중국 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없었다. 근육질을 키우고 거칠게 자기주장을 앞세우는 중국 앞에 “조용히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은 한국 스스로 차이나 리스크를 키웠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 프레임은 한국 모든 정부의 지배적 사고방식이었다.
이제 어떡할 건가? 대안으로 한국 기업들의 국내 귀환(리쇼어링)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정부도 알고 있다. 엄청난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해도 리쇼어링 후 디지털 시대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동화 경영을 하려면 경직화된 노동정책과 사사건건 싸워야 함을 알고 있는 기업가에게 한국 귀환은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요체는 핵심 역량 강화다. 산업을 경제적 측면만 보지 말고, 통상-안보-기술적 측면과 연계해 종합적·복합적으로 파악하고 정책을 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세계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한국을 우회기지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속내를 읽고 대처하는 국가전략이 세워져야 한다.
한국이 코로나19에서 세계적 모범 방역국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실패의 반면교사다. 2015년 메르스 방역 실패의 위기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제대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한국형 뉴딜의 핵심은 지금까지 방치된 구조적 편향성, 취약성을 이번 위기에는 결단코 손보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담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위기 때 우리는 여전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도 이렇진 않았다. 그 위기들은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 충격이었다. 국가가 앞장서서 파격적으로 재정을 풀고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동요하던 경제심리를 안정시켰고, 극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 위기는 다르다. 정부가 내일이 없는 듯이 재정을 쏟고 유동성을 퍼붓지만, 경제심리는 불안 그 자체다. 코로나19와 상당 기간 살아가야 한다는 끔찍한 사실 때문이다. 과거 위기 극복의 선봉장이었던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와중에 격화되는 미·중 대립은 더 큰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과 연계된 글로벌 공급망의 치명적 위험을 체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 구축을 선언했다. 아직 초기 단계의 구상이지만 한국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모범 방역국으로 떠오른 한국이지만 제조업은 퍼펙트스톰 속으로 밀려들어가고 있다.
제조업 위기는 그간 정책적 선택의 누적된 결과다. 지금까지 거대 폭풍이 한국을 덮칠 때마다 제조업 한 날개에 의존해온 경제 체질이 근본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그 대안으로 서비스 빅뱅이 제시됐지만, 아직까지 서비스 빅뱅은 누군가의 정책보고서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임산업, K팝, K의료 등 계기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산업화로의 생태계 조성은 이뤄지지 않았다. 디지털 혁명과 공유경제의 세계적 열풍 속에서 중국은 핀테크 강국으로 한국을 치고 나갔지만, 이제야 민원의 대상이던 공인인증서를 폐지한다는 것이 한국적 현실이다. 원격진료는 한국에서 아직도 딴 세상 일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서비스산업은 한 발짝도 못 나갔다.
제조업은 스스로 중국 편향을 더 키웠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도 불구하고 중국 투자는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차이나 리스크를 경고하고 안보-기술-산업 연계가 큰 분야에서 중국 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없었다. 근육질을 키우고 거칠게 자기주장을 앞세우는 중국 앞에 “조용히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은 한국 스스로 차이나 리스크를 키웠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 프레임은 한국 모든 정부의 지배적 사고방식이었다.
이제 어떡할 건가? 대안으로 한국 기업들의 국내 귀환(리쇼어링)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정부도 알고 있다. 엄청난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해도 리쇼어링 후 디지털 시대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동화 경영을 하려면 경직화된 노동정책과 사사건건 싸워야 함을 알고 있는 기업가에게 한국 귀환은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요체는 핵심 역량 강화다. 산업을 경제적 측면만 보지 말고, 통상-안보-기술적 측면과 연계해 종합적·복합적으로 파악하고 정책을 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세계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한국을 우회기지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속내를 읽고 대처하는 국가전략이 세워져야 한다.
한국이 코로나19에서 세계적 모범 방역국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실패의 반면교사다. 2015년 메르스 방역 실패의 위기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제대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한국형 뉴딜의 핵심은 지금까지 방치된 구조적 편향성, 취약성을 이번 위기에는 결단코 손보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담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위기 때 우리는 여전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