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대 은행의 가계·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은행 연체율이 모두 상승세를 보인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파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물 경기 침체가 금융권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개 든 가계·중기 연체율

'코로나 쇼크' 본격화…은행 연체율 올랐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 4월 말 개인·중소기업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전달 말 대비 모두 상승했다. 가계 대출 연체는 은행별로 0.01~0.02%포인트 늘었다.

중기·소호 연체율도 일제히 상승했다. 소호(자영업자)보다 중기(법인) 연체율이 더 두드러지게 올랐다. 4대 은행의 중소 법인 연체율은 3월에서 4월 사이 각각 0.02~0.07%포인트 상승했다. 소호(자영업자) 연체율의 은행별 상승률은 0.02~0.03%포인트였다.

대기업 연체율은 은행별로 등락이 엇갈렸다. 한 은행은 3월 말 0.13%에서 4월 말 0.15%로 0.0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다른 은행은 0.07%에서 0.06%로 0.01%포인트 하락했다. 나머지 은행은 같은 기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은 3~4월에 집중적으로 증가해 아직까지는 연체율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 같다”며 “코로나 발생 초기에 집중적으로 대출을 받아간 중기·가계부터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은행 연체율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발(發) 금융 리스크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레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국내 은행 원화 대출(가계·기업) 연체율은 0.39%로 전달 대비 0.04%포인트 내렸다. 3월 기준으로는 2007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았다. 4대 은행을 떼어놓고 봐도 3월 가계·기업 연체율은 대부분 전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떨어졌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매각·상각하는 분기 말에는 연체율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달부터 ‘착시 효과’ 없이 실제 연체가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건전성 관리할 때”

주요 은행이 건전성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 대출이 현재 진행형임을 감안하면 2분기 이후 연체율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물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경우 부실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은행의 ‘기초 체력’도 떨어지고 있다. 은행의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본 비율도 주요 은행에서 모두 하락세다. 지난 1분기 BIS 비율은 신한(15.5%) 국민(15.0%) 하나(15.68%) 우리(14.8%) 등이었다. 지난해 말 대비 각각 0.37~0.85%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올 들어 대출 자산이 단기간에 불어나면서 위험 가중자산(RWA)이 급증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 자산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 대출 문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도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하면서까지 코로나 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있어 은행이 자체적으로 위기 관리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대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비아파트 전세 대출을 중지하기로 했다가 부정적 여론이 일자 재개하기도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