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세계 1·3위 고진영·박성현 "우린 장점이 없어"

"아니, 너무 겸손한 말씀 아닌가요?"
2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의 경기 시작 전 기자회견을 진행한 박상준 SBS 골프 채널 아나운서가 되물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현재 여자골프 세계 랭킹 1, 3위인 고진영(25)과 박성현(27)이 자신의 장점에 대해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날 '일대일 스킨스 게임' 맞대결을 앞두고 둘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장점을 말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먼저 답변에 나선 박성현이 "제 장점은 크게 없다"며 몸을 낮추자 후배 고진영은 아예 "저는 장점이 없는 것이 단점이고, 단점이 없는 게 장점"이라고 '철벽'을 쳤다.

박성현은 "저는 21살 때부터 지금까지 혼자 연습하고, 경기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자신의 골프에 대해 좀 더 잘 아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고 단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일관성과 같은 일정함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고진영은 "딱 뭐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부분을 꾸준하게 보통 정도 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둘은 서로의 장점을 묻는 말에는 좀 더 상세하게 답했다.

고진영은 "일단 장타력이 언니의 장점"이라고 칭찬하며 "모든 샷을 잘하고, 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박성현은 "우승권에 있을 때 우승에 가까워지게 기회를 잡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고진영에 대해 언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중단된 가운데 둘은 근황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박성현은 "작년에 어깨가 안 좋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며 "운이 좋은 것인지 몰라도 코로나19 덕에 쉬는 기간이 많아져서 어깨 상태도 많이 호전됐다"고 전했다.

올해 처음 대회에 나선 고진영은 "책도 작년보다 많이 읽고 있고, 영어 공부와 요리 학원에도 다니는 중"이라며 "또 요즘은 자전거에 빠져서 좋은 것으로 하나 사서 타고 다닌다"고 밝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출전 계획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둘은 마침 기자회견장 TV에서 녹화 중계되고 있던 2016년 한화금융 클래식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당시 6언더파의 박성현이 우승했고 고진영은 1타 차로 준우승했다.

고진영은 "그때 제가 17, 18번 홀에서 다 파를 하면 연장이었는데 17번 홀에서 짧은 퍼트를 놓쳐서 1타 차로 2등을 했다"며 "어릴 때 아등바등 쳤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성현 역시 "제가 두 조 앞에서 경기했는데 제가 18번 홀 파 퍼트를 하기 직전에 뒤에 스크린에서 (고)진영이가 파 퍼트를 놓치는 장면이 나왔다고 하더라"며 "그때 감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고, 그때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날 컨디션을 약 60% 안팎이라고 밝힌 둘은 "뭘 보여주겠다는 마음보다 좋은 추억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