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작년 12월 현대 티센크루프 오티스 미쓰비시 등 엘리베이터 대형사 4곳을 모두 불법 하도급 혐의로 고발하면서 유지보수업 등록을 취소했지만 법원이 업계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행정처분 효력은 정지됐다. 대형사들은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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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엘리베이터업체들이 제기한 행정처분(등록취소)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대부분 지방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엘리베이터 유지보수업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등록을 받아 영업하는 형태여서 행안부 방침에 따라 지자체별로 고발과 등록취소 처분이 이뤄졌다. 행안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이 4개 기업은 국내 승강기 신규설치 시장의 83.5%, 유지관리 시장의 56.3%를 차지한다. 이 업체들의 등록 취소되면 자칫 ‘엘리베이터 수리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행안부는 이들 기업이 전국적으로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를 수주하면서 하도급을 숨기기 위해 협력업체에 공동수급협정서를 작성하게 하고 실제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를 일괄 분담시켰다고 판단한다. 행안부가 대형사와 중소기업간을 ‘원·하청 관계’로 보는 것과 달리, 업계는 행안부 관리·감독하에 오랜기간 공동수급제 형태로 협력해 영업해왔다는 점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통상 발주사와의 업계간 유지보수 계약은 엘리베이터 대형사와 협력업체들이 한 팀을 이루는 ‘공동수급’형태로 이뤄진다. 대형사들이 콜센터 등으로 접수를 받고 기술을 지원하며, 각 지역별 유지보수업체들이 현장 출동에 협력하는 방식이다. 행안부는 고발에 앞서 “대형사와 협력사들이 작성한 공동수급협정서는 하도급 규정 위반을 피하기 위한 명목상의 계약서”라며 “업무지시, 실적보고, 기성금 등이 오간 불법 하도급 관계”라고 지적했다.

반면 하도급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협력사별로 정산을 할 경우 발주사가 큰 불편을 겪게 됨에 따라 대형사들이 관리를 대신해준 것에 불과하다”며 “대형사들이 협력사의 모든 것을 지휘 감독하는 하도급 관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불법 하도급과는 의무이행이나 책임 부분에서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 그는 “오랜기간 행안부는 안전 문제에 있어선 대형사들이 책임질 것을 강조하면서, 하도급 소지가 있으니 협력사를 콘트롤하지말라는 엇갈린 메시지를 업계에 보내고 있다”며 “기존 영업이 모두 불법이라면 이를 관리·감독해온 행안부도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고발로 인해 대형사와 중소기업간 협력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했다. 법조계에선 대형사 가운데 일부 사례가 불법 하도급에 해당되겠지만 고발 사례 모두 유죄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