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 안팎으로 제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1990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내놓지 않았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중국 연중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의 한 축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경제계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는 예정된 결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영향이 얼마나 깊을 것인지, 우리가 얼마나 타격을 입을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다"고 했다.

시 주석은 또 "경제성장률 목표를 설정하면 이에 맞추기 위한 부양책에 집중해야 하고, 그러면 우리 경제와 사회 발전 전략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7조위안(약 1200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이는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7% 수준으로, 미국, 일본 등이 GDP 대비 10%를 넘는 부양책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중국 내에선 적극적 경기부양책으로 경제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가 부채 위험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해 왔다. 이번 시 주석의 발언은 신중론에 가까운 것으로 로이터는 분석했다.

중국은 통상 매년 3월 열리는 양회에서 연간 성장률 목표를 제시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평소보다 두달 연기해 개막한 올해는 목표 숫자를 내놓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로 6.0~6.5%를 제시하고 실제 성장률은 6.1%를 기록했다. 1990년 3.9% 이후 29년 만에 가장 낮았지만 목표를 달성한 것에 의미를 뒀다.

코로나19 발발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올해 5.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제시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5.7%는 '2021년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을 위해 2020년 GDP를 2010년의 두 배로 키운다는 중국 공산당의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숫자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올 1분기 GDP 증가율은 -6.8%로 추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1.2%로 보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률에 샤오캉 사회 건설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서도 '사실상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발전 계획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허리펑 장관은 "샤오캉은 통합적 목표 체계로서 경제 지표만 포함하는 게 아니다"며 "인민 생활 제고와 함께 문화 소프트파워 육성, 생태·환경 우호적인 환경 조성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허 장관은 샤오캉 사회 완성의 목표를 총 25개 지표로 구체화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도시화율 등 대부분 지표가 이미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의 GDP가 올해 1%만 늘어난다 해도 2020년 GDP는 10년 전인 2010년의 1.91배에 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인 2021년에 전면적 샤오캉 사회가 건설됐다고 선언할 예정이다. 샤오캉 사회는 중국 수립된 지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시 주석의 장기 프로젝트의 디딤돌이기도 하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