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구=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구=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유용 의혹을 폭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할머니 기자회견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수사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용수 할머니는 25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 팔아먹었다"면서 "윤미향(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전 정의연 이사장)은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총선에 출마했다"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이 자신을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한 것에 대해서는 "이용해 먹고 뻔뻔스럽게 눈물 흘리나. 그건 가짜 눈물"이라며 "용서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 내내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할머니는 목이 메여 기자회견이 중간에 중단되기도 했다. 이 할머니와 윤 당선인은 30년간 위안부 진상규명 활동을 함께 해온 사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윤 당선인의 기자회견 참석을 원했지만 윤 당선인은 이날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이용수 할머니는 윤미향 당선인을 '배신자'로 지칭하며 "배신자와 배신당한 자가 한 자리에 있어야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총선 전에 미향 씨 이러면 안 되지 않나. (정의연 회계 관련 의혹을 정리하지 않으면)기자회견 하겠다고 말했지만 윤미향이 하라고 해서 5월 7일 1차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면서 "정대협(정의연 전신)은 모금이 끝나고 (위안부 할머니들이)배고프다 하니까 '돈 없다'고 하는 단체"라고 비판했다.

또 "(정의연은)30년 동안 할머니들을 이용해먹고 학생들까지 고생을 시켰다"면서 "(학생들)돼지저금통에서 나오는 돈까지 챙겼다. 위안부 피해자를 도구로 사용했다. 제가 바보같이 이렇게(이용당했나) 했나. (최근에)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1차 기자회견 후 생각도 못한 내용이 나왔다"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은)검찰에서 할 일이다. 기자 여러분도 진실을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의연)용서할 수 없다"면서도 "(위안부 진상규명)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데모 방식을 바꾸겠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윤 당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죠"라고 답했다.

윤 당선인이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할 얘기가 아니다"라며 답변을 보류했다.

윤 당선인이 기부금을 유용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모른다"고 했다. 대신 이 할머니는 최근 불거진 의혹은 검찰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30년 만에 문제제기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무엇이든지 바른말을 하니까 (정의연)사람들이 전부 감췄다. (한일위안부 합의금)10억엔이 왔을 때도 제가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할머니 측은 건강상 문제 때문에 추첨을 통해 질문을 5개만 받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윤미향 당선인을 적극 감싸고 있는 민주당은 이 할머니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통해 "(윤 당선인과)30년 간 위안부 운동을 함께 해온 이용수 할머니께서, 기자회견까지 하시며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움과 송구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윤미향 당선인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용수 할머니께서 제기하신 문제에 대해서는 정의기억연대가 적극적으로 해소해가야 한다"면서 "이번 논란으로 위안부 인권운동의 대의와 역사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구=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