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완 신임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 "750만 재외동포, 문화·경제영토 늘릴 자산이죠"
“30년 전 옛 소련 땅에 한글학교를 세우면서 재외동포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죠. 지금도 여전히 재외동포를 위해 할 일이 많습니다.”

재외동포 지원사업을 벌이는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의 신임 이사장으로 지난달 선임된 임채완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69·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에 흩어진 재외동포는 한국의 세계화를 위해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임 이사장은 재외동포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1981년 전남대 교수로 부임한 이래 재외동포와 관련한 연구를 이끌면서 정부의 재외동포 관련 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했다. 2015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그는 2006년 재외동포와 관련한 연구를 체계화해 전남대에 ‘디아스포라학과’를 개설했다. 원래 디아스포라(diaspora)는 전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을 의미한다. 하지만 임 이사장은 이 단어를 유대인뿐 아니라 한국의 고려인처럼 세계 각국의 이산(離散)민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해 세계 최초로 학문으로 집대성했다. 그 결실로 2012년 이스라엘 학자를 포함한 16개국 23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세계디아스포라학회를 설립했다. 임 이사장은 지금도 이 학회의 학회장을 맡고 있다.

임 이사장이 재외동포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 체제와 관련한 논문을 쓰기 위해 소련에 간 임 이사장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에서 고려인을 만났다. 그는 “생김새는 똑같은데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사회주의권 국가에 흩어진 동포를 교육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재외동포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 임 이사장은 1991년 귀국해 재외동포 지원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그는 소련에 한글학교를 짓기로 결심하고 지역 신문인 광주일보에 글을 연재하며 모금운동을 펼쳤다. 반응은 뜨거웠다. 그는 “당시 돈으로 약 5만달러를 모았다”고 했다. 이 돈으로 고려인 밀집지역에 광주한글학교(현 세종학당)를 6개 세웠다. 그는 “군사 영토는 정해져 있지만 세계에 흩어진 750만 명의 재외동포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면 경제영토와 문화영토를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이사장은 “국내 체류 중인 재외동포를 위해서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국내 체류 재외동포가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약 1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정부의 재외동포 관련 업무는 15개 부처 및 청에 분산돼 있어 체계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 취급을 받고 있는 재외동포의 법적 지위 확립과 체계적인 교육·의료 지원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