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공부문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요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시중에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수많은 서적이 출판돼 있다. 음원재생 MP3 플레이어와 온라인 카페 서비스 프리챌은 세계에서 제일 먼저 개발되고도 사업모델로 이어지지 못해 애플과 페이스북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기술혁신과 제품혁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해야 기업이 발전한다는 사실은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플랫폼 기업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돈이 되는 사업 구조를 만들더라도 다른 기업들이 금방 모방하기 때문에 안주하면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 단순히 돈만 버는 기업도 사회적 비난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성공한 기업들은 본능적으로 수익성을 추구하되 혁신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담으려고 애쓸 수밖에 없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과 정보의 네트워크화가 확산되면서 비즈니스 모델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플랫폼 모델, 개방형 모델, 공유경제 모델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 기업은 기술과 사회 변화를 수용하고 선도하면서 수익성뿐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는 주체가 되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공공 부문은 어떨까? 공공 부문은 본래부터 수익 창출보다는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도록 역할이 주어진 주체다. 민간 기업은 수익성 향상을 측정하는 명확한 지표가 있는 반면, 공공 부문의 목표와 이를 측정하는 지표는 항상 불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민간의 비즈니스 모델에 비견되는 공공 부문의 실행모델은 주어진 목표를 적은 비용으로 가장 신속하게 달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수많은 공직자가 휴일까지 근무해서 주어진 정책목표를 달성하던 것이 제1세대의 모습이라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신속하게 대량 업무 처리가 가능하게 된 것이 제2세대의 성과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제3세대의 실행모델은 어떻게 구축돼야 할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세계는 열려 있고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공공 부문의 목표 설정은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전히 성장과 개발시대에 작성됐던 계량화된 정책목표에 압도당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정책목표는 지구온난화 대응, 불평등 해소, 인권보장 등 인류보편적인 가치와 연계돼야 한다. 또 목표는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권화된 현장에서 제기돼야 하고, 정책수단은 리빙랩을 통해 끊임없이 검증돼야 한다.

민간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이제 공공 부문도 슬로건이나 목표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실행모델을 개혁해야 한다. 공공 부문이 나서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고, 더 많은 주체의 참여를 위해 개방성과 공유성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