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에서 홍콩을 담당하고 있는 상무위원인 한정(韓正) 부총리가 전 세계와 홍콩의 반발에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홍콩 보안법을 밀어붙이면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릴 것이라며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한 부총리는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단과의 회의에서 “홍콩 보안법은 중국과 홍콩의 이익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결정이 내려진 만큼 끝까지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법이 홍콩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고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해칠 것이란 지적에 “홍콩의 독립을 외치는 소수 운동가와 그 배후 세력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오는 28일 폐막하는 전인대에서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NBC 등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결정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홍콩을) 장악하면 글로벌 자본은 물론 인재 유출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홍콩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남을 수 있을지 알기 힘들다”고 했다.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면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음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스카이뉴스 호주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 체제를 권위주의적이라고 비판하고,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통해 다른 나라들에 패권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했다. 미 외교 수장이 또다시 중국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미·중 갈등 여파로 역외 외환시장이 출렁이면서 중국 위안화 가치는 12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미국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38% 오른 7.120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 28일 이후 1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을 올렸다는 건 위안화 가치를 그만큼 절하했다는 뜻이다.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위안화 가치는 장중 0.51% 하락한 7.1644위안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2위안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날 수천 명의 홍콩 시민은 코즈웨이베이에 모여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망시킨다(天滅中共)’고 쓰인 팻말을 들고 “홍콩인이여 복수하라” “홍콩 독립만이 살길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서 최소 180명을 체포했다.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면서 최소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