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들의 30년이 할머니들의 80년보다 고통스러운가"
"여성단체들, '진영'의 관점에서 이번 문제 접근"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SNS)을 통해 "심각한 것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여성단체에서는 처음부터 철저히 '진영'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라면서 "여성단체들이 우르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산자와 한패가 됐고, 그로써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그 문제의 '일부'가 돼 버렸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운동의 원로들 이름까지 팔아먹었으니, 누군가 권위를 가지고 이 사태에 개입할 이도 남아 있지 않게 된 것이다. 문제를 왜 이렇게 처리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면서 "윤 당선자 편들고 나선 여성단체들은 '대체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또 "'배후세력'이니, 토착왜구니 떠드는 것은, 이들이 이용수 할머니가 던지는 메시지를 수용하는 데에 철저히 실패했다는 것을 뜻한다"라면서 "뭘 알아야 고치기라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현 상황 해결을 위해 △문제 상황에 대한 인지 △그에 기초한 새로운 운동의 노선과 방식 △그 개혁을 추진할 주체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아마 상황이 적당히 수습되고, 시간이 흘러 다들 이 사건을 잊어버릴 때가 되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거라고 믿을 것"이라며 "거기서 사라지는 것은 할머니의 목소리 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툭하면 '30년 운동'이 어쩌고 하는데, 그 30년은 할머니들의 역사이지, 자기들이 가로챌 역사가 아니다"라면서 "설사 그 30년이 온전히 자기들 거라 해도, 그 활동가들의 30년 노력이 할머니들의 80년 고통보다 무거울 것 같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마지막으로 "사실 (이용수) 할머니가 우리 사회에 아주 어려운 '과제'를 던진 것"이라며 "그 윤곽을 그리는 것조차 엄두가 안 나서 포기했을 정도로 복잡하고 섬세한 논의가 요구되는 것인데 거기엔 아무도 관심 없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