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호구' 아니에요"…도미노 가격인상 [김정은의 명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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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가격 올린 샤넬과 루이비통, 명품업계 가격인상 신호탄 되나
중국 상하이의 명품타운으로 꼽히는 플라자66. 2001년 문을 연 이 백화점은 에스메스와 샤넬 등 전통 명품 브랜드가 몰려 있는 쇼핑 명소다. 최근 이 곳에선 하루종일 매장 문 밖으로 쇼핑객들이 하염없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주력 제품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기 위해서다.
비슷한 모습은 상하이 뿐 아니라 베이징과 광저우 등 중국 내 다른 도시에서도 나타났다. 서울 시내 일부 백화점에서 벌어진 ‘오픈런(개장하자마자 뛰어가서 쇼핑하는 것)’ 현상은 주요 외신에까지 보도되기도 했다.
샤넬과 루이비통이 가격을 올린 지 2주가 지났지만 웨이보와 페이스북 등 SNS와 기사 댓글에서는 여전히 관련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상술에 휘둘리는 어리숙한 소비자’ vs. ‘일찍 사는 게 돈 버는 거다’. 명품업체들은 최근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을 대폭 올렸다. 약속이나 한 듯, 인상 이유도 비슷하다.
○명품업계 도미노 인상 예상
징데일리 등 중국 매체들은 최근 “가격 인상 포문을 연 샤넬과 루이비통 뿐 아니라 구찌와 프라다, 디올 등 다른 주요 명품업체들도 조만간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브랜드들은 이에 대해 ‘노 코멘트’ 혹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대응했지만 판매상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핸드백 뿐 아니라 명품 쥬얼리 및 시계업체들도 최근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에 인수된 보석브랜드 티파니를 비롯해 롤렉스와 불가리 등도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인상폭은 꽤 큰 편이다. 샤넬 5~26%를 비롯해 티파니 11%, 루이비통 6~14% 등이다. 명품업계 큰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과 한국 등만 대상이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백화점과 쇼핑몰을 폐쇄했던 태국 방콕에서는 매장을 다시 열자마자 가격을 올렸다. 미국과 유럽, 중동 등에서도 가격 인상이 잇따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샤넬은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원자재 비용이 상승했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프랑스 본사 차원에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전세계적으로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샤넬은 보통 시장의 변동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두 차례 정도 가격을 조정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티파니 역시 “환율 변동을 비롯해 인건비 등 다양한 고정비용,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 전략을 주기적으로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가격 전략으로 전화위복”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전세계 명품업계의 총 매출은 최대 3000억달러(약 373조)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최근 10년간 눈부신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품업계가 마진 보호 차원에서 ‘가격인상’ 카드를 일찌감치 꺼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명품업계가 온라인이나 아울렛 판매 등 ‘우회로’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명품산업은 부띠끄와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매장의 의미가 크다. 매장을 직접 방문해 제품을 착용하고 구매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다. 셀러(판매원)의 맞춤형 밀착 응대를 거치는 것도 고객 관리에서 중요한 요소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가 봉쇄되면서 매장 영업을 앞세운 명품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럭셔리업계는 고무된 분위기다. ‘깜깜이 인상’, ‘기습 인상’ 같은 SNS 상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초반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비쌀수록 과시욕과 허영심을 자극해 오히려 수요가 더 늘어나는 ‘베블렌 효과’도 누렸다. 실제로 주요 백화점의 최근 해외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30% 가량 증가했다.
명품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 다시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중국인들이 파리 등 유럽에 와서 명품 쇼핑을 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전세계 명품 소비의 3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베인앤컴퍼니는 “2025년엔 중국 시장의 매출이 전세계 명품 판매의 절반을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인상은 글로벌 명품업계에 도미노처럼 번질 전망이다. 사우스차이나홍콩포스트(SCMP)는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법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비슷한 모습은 상하이 뿐 아니라 베이징과 광저우 등 중국 내 다른 도시에서도 나타났다. 서울 시내 일부 백화점에서 벌어진 ‘오픈런(개장하자마자 뛰어가서 쇼핑하는 것)’ 현상은 주요 외신에까지 보도되기도 했다.
샤넬과 루이비통이 가격을 올린 지 2주가 지났지만 웨이보와 페이스북 등 SNS와 기사 댓글에서는 여전히 관련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상술에 휘둘리는 어리숙한 소비자’ vs. ‘일찍 사는 게 돈 버는 거다’. 명품업체들은 최근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을 대폭 올렸다. 약속이나 한 듯, 인상 이유도 비슷하다.
○명품업계 도미노 인상 예상
징데일리 등 중국 매체들은 최근 “가격 인상 포문을 연 샤넬과 루이비통 뿐 아니라 구찌와 프라다, 디올 등 다른 주요 명품업체들도 조만간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브랜드들은 이에 대해 ‘노 코멘트’ 혹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대응했지만 판매상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핸드백 뿐 아니라 명품 쥬얼리 및 시계업체들도 최근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에 인수된 보석브랜드 티파니를 비롯해 롤렉스와 불가리 등도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인상폭은 꽤 큰 편이다. 샤넬 5~26%를 비롯해 티파니 11%, 루이비통 6~14% 등이다. 명품업계 큰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과 한국 등만 대상이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백화점과 쇼핑몰을 폐쇄했던 태국 방콕에서는 매장을 다시 열자마자 가격을 올렸다. 미국과 유럽, 중동 등에서도 가격 인상이 잇따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샤넬은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원자재 비용이 상승했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프랑스 본사 차원에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전세계적으로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샤넬은 보통 시장의 변동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두 차례 정도 가격을 조정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티파니 역시 “환율 변동을 비롯해 인건비 등 다양한 고정비용,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 전략을 주기적으로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가격 전략으로 전화위복”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전세계 명품업계의 총 매출은 최대 3000억달러(약 373조)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최근 10년간 눈부신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품업계가 마진 보호 차원에서 ‘가격인상’ 카드를 일찌감치 꺼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명품업계가 온라인이나 아울렛 판매 등 ‘우회로’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명품산업은 부띠끄와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매장의 의미가 크다. 매장을 직접 방문해 제품을 착용하고 구매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다. 셀러(판매원)의 맞춤형 밀착 응대를 거치는 것도 고객 관리에서 중요한 요소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가 봉쇄되면서 매장 영업을 앞세운 명품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럭셔리업계는 고무된 분위기다. ‘깜깜이 인상’, ‘기습 인상’ 같은 SNS 상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초반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비쌀수록 과시욕과 허영심을 자극해 오히려 수요가 더 늘어나는 ‘베블렌 효과’도 누렸다. 실제로 주요 백화점의 최근 해외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30% 가량 증가했다.
명품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 다시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중국인들이 파리 등 유럽에 와서 명품 쇼핑을 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전세계 명품 소비의 3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베인앤컴퍼니는 “2025년엔 중국 시장의 매출이 전세계 명품 판매의 절반을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인상은 글로벌 명품업계에 도미노처럼 번질 전망이다. 사우스차이나홍콩포스트(SCMP)는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법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