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알헤시라스호 수에즈운하 통과…왜 청와대가 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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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적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수에즈 운하 통과
청와대 "글로벌 핵심 항로 되찾아" 의미 부여
신항로 개척으로 수출 확대하겠단 의지 표출
알헤시라스 이어 총 12척 컨테이너선 투입 예정
청와대 "글로벌 핵심 항로 되찾아" 의미 부여
신항로 개척으로 수출 확대하겠단 의지 표출
알헤시라스 이어 총 12척 컨테이너선 투입 예정
우리 국적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알헤시라스호(號)'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가운데 이 소식을 청와대에서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쪼그라든 수출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 가장 큰 선박을 가장 짧은 거리로 26일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HMM(옛 현대상선) 알헤시라스호가 25일 수에즈 운하를 안전하게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윤 부대변인은 "알헤시라스호가 운항하는 유럽 항로는 HMM이 국내발 유럽 수출화물을 주로 외국 국적 선박에 의존하면서 주도권을 잃어버린 항로였다"며 "이번에 우리 국적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을 직접 투입해 잃어버린 글로벌 핵심 항로를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청와대가 직접 알헤시라스호의 수에즈 운하 통과 소식을 전한 건 그만큼 이 배가 가지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규모가 가지는 의미가 있다. 알헤시라스호는 2만4000TEU급으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다. 선박 길이 399.9m에 넓이는 61m에 달한다. 지난달 28일 부산항 신항에서 첫 입항을 했으며 지난 8일 최대 선적량인 1만9621TEU를 싣고 유럽으로 출항, 세계 최다 선적 기록을 갈아 치웠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 중에서도 선적량이 역대 최대다.
이번에 알헤시라스호가 실은 1만9621TEU는 중형승용차 3만9242대를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규모다. 최대 규모 자동차 운반선(약 8500대)이 다섯 번에 걸쳐 운송해야 하는 양을 단 한 번에 운반한 것이다.
유럽이라는 큰 시장으로 향하는 항로를 우리 국적의 배가 되찾은 것 역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아시아의 홍해와 유럽의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는 선박 길이 400m, 넓이 77.5m로 통항을 제한하고 있다. 알헤시라스호의 선박 길이는 399.9m, 넓이 61m로 기준을 꽉 채웠다.
수에즈 운하는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통로다. 때문에 알헤시라스호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면 약 5600㎞의 거리가 단축된다. 알헤시라스호는 수에즈 운하를 지나 다음 달 3일 유럽의 첫 번째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해 유럽에 첫발을 내디딜 예정이다.
◆ 코로나19로 쪼그라든 수출 확대하겠단 의지 알헤시라스호가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무역 규모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신항로 개척'은 수출을 확대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 표출로도 읽힌다.
윤 부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부처와 금융기관, 해운사, 조선사 등이 국적 선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온 힘을 쏟았다"며 "알헤시라스의 쾌거는 한국 해운 재건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대내에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엔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출항을 하루 앞두고 이 배의 명명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김정숙 여사는 '대모(代母ㆍ배에 이름을 붙이는 여성)'를 맡아 직접 송사를 했다. 김 여사는 "이 배를 알헤시라스호로 명명(命名)합니다"라며 "이 배와 항해하는 승무원 모두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합니다"라고 축하했다.
김 여사는 송사를 마친 뒤 선체와 선대를 연결하는 '명명줄'을 직접 잘랐고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의 '샴페인 브레이킹(샴페인 병을 선체에 터뜨리는 의식)'도 했다. 문 대통령의 축사는 이후 진행됐다.
대통령 참석 행사의 주인공이 통상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명명식의 핵심인 '명명'을 김 여사가 한 것에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청와대는 "명명식 행사는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 선박의 이름을 붙여주는 행사"라며 "거친 바다와 싸우는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기 위해 여성이 선박에 연결된 줄을 끊고 샴페인을 깨뜨리는 역할을 해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여성의 사회활동을 금지하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선박 명명의 주체를 여성으로 한다. 김 여사가 나선 것이 특별하거나 이례적인 장면은 아니다.
◆ "12척 배로 해운 산업 재건" 알헤시라스에 이어 세계 최대 컨테이너 2호선 'HMM 오슬로'는 지난 11일 부산 첫 입항을 시작해 중국 상하이, 닝보, 옌톈을 거쳐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3호선 'HMM 코펜하겐'도 지난 25일 부산항에 첫 입항을 했다.
오는 9월까지 총 12척의 선박이 유럽항로에 모두 투입되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 1회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세계경제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윤 부대변인은 "12척의 배로 국난을 극복한 역사가 12척의 컨테이너선으로 대한민국 해운산업을 재건하는 오늘의 쾌거로 이어져 현재의 국난을 극복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 가장 큰 선박을 가장 짧은 거리로 26일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HMM(옛 현대상선) 알헤시라스호가 25일 수에즈 운하를 안전하게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윤 부대변인은 "알헤시라스호가 운항하는 유럽 항로는 HMM이 국내발 유럽 수출화물을 주로 외국 국적 선박에 의존하면서 주도권을 잃어버린 항로였다"며 "이번에 우리 국적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을 직접 투입해 잃어버린 글로벌 핵심 항로를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청와대가 직접 알헤시라스호의 수에즈 운하 통과 소식을 전한 건 그만큼 이 배가 가지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규모가 가지는 의미가 있다. 알헤시라스호는 2만4000TEU급으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다. 선박 길이 399.9m에 넓이는 61m에 달한다. 지난달 28일 부산항 신항에서 첫 입항을 했으며 지난 8일 최대 선적량인 1만9621TEU를 싣고 유럽으로 출항, 세계 최다 선적 기록을 갈아 치웠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 중에서도 선적량이 역대 최대다.
이번에 알헤시라스호가 실은 1만9621TEU는 중형승용차 3만9242대를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규모다. 최대 규모 자동차 운반선(약 8500대)이 다섯 번에 걸쳐 운송해야 하는 양을 단 한 번에 운반한 것이다.
유럽이라는 큰 시장으로 향하는 항로를 우리 국적의 배가 되찾은 것 역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아시아의 홍해와 유럽의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는 선박 길이 400m, 넓이 77.5m로 통항을 제한하고 있다. 알헤시라스호의 선박 길이는 399.9m, 넓이 61m로 기준을 꽉 채웠다.
수에즈 운하는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통로다. 때문에 알헤시라스호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면 약 5600㎞의 거리가 단축된다. 알헤시라스호는 수에즈 운하를 지나 다음 달 3일 유럽의 첫 번째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해 유럽에 첫발을 내디딜 예정이다.
◆ 코로나19로 쪼그라든 수출 확대하겠단 의지 알헤시라스호가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무역 규모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신항로 개척'은 수출을 확대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 표출로도 읽힌다.
윤 부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부처와 금융기관, 해운사, 조선사 등이 국적 선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온 힘을 쏟았다"며 "알헤시라스의 쾌거는 한국 해운 재건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대내에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엔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출항을 하루 앞두고 이 배의 명명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김정숙 여사는 '대모(代母ㆍ배에 이름을 붙이는 여성)'를 맡아 직접 송사를 했다. 김 여사는 "이 배를 알헤시라스호로 명명(命名)합니다"라며 "이 배와 항해하는 승무원 모두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합니다"라고 축하했다.
김 여사는 송사를 마친 뒤 선체와 선대를 연결하는 '명명줄'을 직접 잘랐고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의 '샴페인 브레이킹(샴페인 병을 선체에 터뜨리는 의식)'도 했다. 문 대통령의 축사는 이후 진행됐다.
대통령 참석 행사의 주인공이 통상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명명식의 핵심인 '명명'을 김 여사가 한 것에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청와대는 "명명식 행사는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 선박의 이름을 붙여주는 행사"라며 "거친 바다와 싸우는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기 위해 여성이 선박에 연결된 줄을 끊고 샴페인을 깨뜨리는 역할을 해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여성의 사회활동을 금지하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선박 명명의 주체를 여성으로 한다. 김 여사가 나선 것이 특별하거나 이례적인 장면은 아니다.
◆ "12척 배로 해운 산업 재건" 알헤시라스에 이어 세계 최대 컨테이너 2호선 'HMM 오슬로'는 지난 11일 부산 첫 입항을 시작해 중국 상하이, 닝보, 옌톈을 거쳐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3호선 'HMM 코펜하겐'도 지난 25일 부산항에 첫 입항을 했다.
오는 9월까지 총 12척의 선박이 유럽항로에 모두 투입되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 1회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세계경제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윤 부대변인은 "12척의 배로 국난을 극복한 역사가 12척의 컨테이너선으로 대한민국 해운산업을 재건하는 오늘의 쾌거로 이어져 현재의 국난을 극복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