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웃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초2 아들 따라나선 등굣길에 심경 복잡
1학년 포토존서 사진 찍고 첫 등교…'저학년부터 등교' 조처에 부모는 걱정 태산
[르포] "마스크 빼지마"…9살 아이 들여보내고, 안쓰러워 '울컥'
"학교 가기 싫은데잉"
"좋은 시절 다 끝났다.

1학년 동생들도 가는데, 설마 2학년이 우는 거 아냐?"

등교가 다가올수록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은 투정이 잦아졌다.

겨울방학부터 시작된 '집콕' 생활을 접고 약 5개월 만에 학교에 가는 일은, 9살짜리에게 거대한 현실인 듯했다.

정색하고 '학교에 가는 이유'를 설명할 일도 아니어서, '인제 그만 체념하라'는 의미로 농담 섞인 핀잔을 되돌려 주곤 했다.

예고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맞닥뜨린 지금을 결코 '좋은 시절'이라 칭할 수 없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9살짜리에겐 호시절이었나보다.

외출도 못 한 채 집에서 보내는 지루한 시간을 잘 견뎌 주었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부터는 공원에서 자전거·스케이트보드·농구를 연마하며 누구보다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아빠가 코로나19 취재 지원을 위해 4월 초 대구 출장을 갈 때는, "아빠, 조심해"라며 걱정하는 대견함도 보였다.

그런데 이제 그 꼬마가 학교에 가니, 뭔가 처지가 뒤바뀐 느낌이다.

싱숭생숭한 기분은 27일 아침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주면서 더 확고해졌다.

등교를 꺼렸거나 혹은 학교를 너무 그리워했거나 상관없이, 아이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

그저 천진난만했다.

아들도 막상 학교에 도착해 북적대는 사람들을 보더니, 학교 가기 싫었던 기억 따윈 잊은 듯했다.

온라인 수업 기간에 모아둔 학습꾸러미, 감염병 확산 우려로 운영되지 학교 도서관 때문에 집에서 준비해간 책, 사물함에 보관할 개인용품과 실내화 등 짊어진 가방 외에도 손에 든 가방 2개가 제법 무거웠지만, 아이는 씩씩하게 학교에 들어갔다.

간격을 유지한 채 체온을 측정하느라 한참을 줄을 서 있던 아들은, 손을 흔들며 웃어주고는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입학식도 못 한 채 학교에 처음 오는 1학년 신입생들을 위해 교문 앞에는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었다.

그 앞에서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는 아이들을 보는데, 마음이 또 짠했다.

저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부모들 감정은 비슷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교육 당국은 '철저와 만전을 기하겠다'고 하지만,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걱정부터 앞선다.

그토록 가기 싫다던 학교에 가자마자 생글생글 웃는 아들에서 보듯, 아직 아이들은 '천둥벌거숭이'다.

통제도 쉽지 않을 이런 아이들이, 과연 언니·오빠·형·누나들보다 먼저 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들을 들여보내기 전 "마스크 빼지마"라는 뻔한 당부를 했는데, "응"하고 대답한 녀석이 잘 지킬 거라는 믿음은 썩 들지 않았다.

재잘거리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괜히 울컥한 마음이 드는, 심경이 복잡해지는 등굣길이었다.

이날 울산에서는 초 1∼2학년을 비롯해 고2, 중3, 유치원생, 특수학교 학생 등 5만6천550여명이 '1단계 등교 수업'에 돌입한다.

울산교육청은 73일째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없는 점을 고려해 기본적으로는 전면 등교 수업을 시행하면서, 학교별로 격주·격일 등교나 원격수업을 병행하도록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