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깊어지자 미국의 동맹국들도 ‘중국 때리기’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일본이 중앙 행정부처는 물론 자국 공기업들도 화웨이 등 중국산 정보기술(IT) 기기를 쓰지 못하도록 했고 이스라엘은 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유력 후보였던 중국 업체를 탈락시켰다.

일본 정부가 일본연금기구,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등 96개 공공기관 및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운용 지침을 개정해 중국산 IT 기기 사용을 사실상 배제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이번 새 지침에 따라 96개 공공기관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컴퓨터와 통신회선장치, 서버를 구매할 때 내각 사이버보안센터와 협의해야 한다. 사이버보안센터는 안보 위협이 있다고 판단하면 조달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구매처를 결정할 때의 기준도 가격뿐 아니라 안전보장 측면의 위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외부 세력의 개인정보 절취 및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화웨이 ZTE 등 중국 IT업체들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앞서 일본 정부 부처는 지난달부터 같은 방식으로 중국산 IT 기기 도입을 차단하고 있다. 일본이 공공영역 전반에서 중국 업체 배제에 나선 것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는 게 이 신문의 설명이다.

이스라엘도 세계 최대 규모의 해수담수화 플랜트 입찰에서 예상을 깨고 중국 기업을 떨어뜨렸다. 이스라엘 재무부는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인 ‘소렉2’ 사업자로 자국 기업인 IDE테크놀로지를 선정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플랜트 사업은 총 15억달러 규모로, 2023년 완공이 목표다.

종전까지는 중국계인 CK허치슨워터인터내셔널이 무난하게 낙찰받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홍콩 부호 리카싱의 아들이 운영하는 CK허치슨은 자금력에서 크게 앞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다른 담수공장을 운영하는 등 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뒤 기류가 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을 만나 “CK허치슨의 플랜트 투자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중국 기업 배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찰 결과 발표 직후 이스라엘 재무부는 “IDE 측이 제시한 가격 조건이 더 나았다”고 설명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박상용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