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저축은행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적지 않은 대출금을 손실 처리한 저축은행들이 속속 나타나면서다. 반면 일부 저축은행은 아직 타격이 크지 않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을 늘리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저축은행의 여신 대부분이 자영업자 대출에 몰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에는 연체율 상승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덜어내도 쌓이는 부실채권

2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부산 솔브레인저축은행(자산 규모 2090억원)의 1분기 순이익은 1억7044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억2633만원)보다 60% 감소했다. 인천·경기를 영업구역으로 둔 인성저축은행의 순이익도 지난해보다 81%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5억7428만원의 순이익을 냈던 안국저축은행은 올 1분기 6억7855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자영업 대출 쏠림에…중소 저축銀 연체율↑
이들 저축은행은 회수 불가능한 대출채권을 덜어내면서 순익이 급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인 자영업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부실채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3.7%에서 지난 3월 말 4.0%로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쌓인 부실채권을 덜어냈는데도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방한 중소 저축은행도 적지 않다. 대구 유니온저축은행의 순이익은 6억9400만원에서 19억1800만원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충북 한성저축은행은 지난해 1분기 4685만원에서 올해 10억1300만원으로 20배 이상 순이익이 급증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건설업과 PF 대출 등 고수익 사업에 자금을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PF 대출이 몰린 주택 분양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아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자영업자 대출이 문제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에 주목하고 있다. 저축은행 총 여신의 70% 이상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집중돼 있어서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숙박·음식점업이나 도·소매업에 몰린 자금이 적지 않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장은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이 자영업자”라며 “저축은행의 영업 특성상 자영업자에게 대출이 몰려 있어 올 하반기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물경기가 계속 위축되면 PF 대출이 몰린 주택 분양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여파가 주택 분양시장까지 번질 것을 감안해 시공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미 중소 저축은행은 부동산 관련 대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지고 있다. 신용대출 위주인 상위 10개 저축은행을 제외하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39%에 달한다. 당국이 정한 대출 비중 한도는 50%다. 일부 저축은행은 당국이 정한 PF 대출 신용공여한도(20%)를 넘기도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