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여당의 ‘상임위원장 전석 독점’ 주장에 대해 “차라리 국회를 없애는 게 낫다”며 강력 반발했다. 원구성 협상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나온 더불어민주당의 으름장에 협상이 파열음을 빚고 있는 양상이다.

주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여당이냐 야당이냐보다 중요한 건 헌법상 삼권 분립”이라며 “소신 투표가 아닌 당론으로 움직이는 우리 국회에서, 민주당의 주장은 삼권 분립 질서 체계를 깨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 1990년 3당 합당으로 여당이 215석일 때도 야당과 상임위원장을 나눴다”며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일당 독재·헌정파괴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민주당을 180석으로 만들어준 국민의 뜻이 무엇인가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절대 과반 정당인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가지고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도 “여태까지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의석수인 168석을 넘은 정당이 한 번도 없었기에 위원장 자리를 배분한 것”이라며 “이는 전통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원내대표 회동을 시작으로 본격 원구성 협상을 시작한 여야는 ‘상임위원장 11 대 7 배분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상임위원장 정수는 11 대 7로 정해졌다”고 전했다.

여당이 협상의 문을 닫는 ‘전석 독점’을 주장하면서 협상이 상당 기간 진척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21대 국회의 개원 시점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는 반드시 가져오겠다”는 야당 주장을 꺾기 위한 여당의 ‘기선제압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