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튀는 열강(熱講).’ 열정적인 강의나 강연을 소개할 때 이만한 표현도 없었다. 지금이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두들 ‘침’을 멀리하지만, 명강의 교수의 ‘침세례’도 불사했던 때 얘기다. 강단에서 격정을 내뿜다 보면 목소리는 고조되고 침 분비는 어쩔 수 없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침(비말) 발사’를 갖고 일본 TBS(도쿄방송)가 최근 각국 언어 발음의 차이라는 취지로 방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미국보다 적은 이유가 ‘침이 덜 튀는 일본어 발음’ 때문이라며 실험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휴짓조각을 앞에 두고 ‘이것은 펜입니다’를 일본어와 영어로 각각 발음하며 종이가 펄럭이는 강도를 보여줬다. 일본어 발음 때 휴지가 적게 흔들렸다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비과학적이다’ ‘자화자찬이 심했다’란 반응이 나올 정도로 뒷말이 무성하다. 비말의 양과 특정 언어를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 있다는 지적이다. 그것도 지상파 방송사가 자칫 편견을 부추길 만한 방송을 내보낸 데 대해 세계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물론 ‘ㅍ, ㅌ, ㅊ, ㅋ’ 같은 격음이 많은 언어를 쓰는 경우에는 침이 좀 더 튈 수 있다. 지구 ‘위도’, 즉 기후와 관련 있다는 분석도 한다. 위도가 높은 곳에선 추위 때문에 말을 입안으로 삼키듯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저위도의 더운 지방에선 말을 내뱉어야 체온을 떨어트릴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침도 많이 튀긴다는 설명이다. 또 발음을 할 때 통상적인 혀의 위치가 앞이냐, 가운데냐에 따라 ‘비말 발사량’이 달라진다는 언어학적 주장도 있다. 이보다는 토론문화가 발달했거나 제스처를 많이 쓰는 문화권에서 대화 때 비말이 많다는 문화인류적 분석이 눈길을 끈다.

과학적 설명도 있다. 빵같이 건조한 음식을 먹으면 침이 많이 생기고, 물기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분비량이 적다고 한다. 구강구조나 치열 등이 원인으로 의심받지만, 큰 관련성은 없다.

보통 사람은 분당 0.5mL씩 침을 분비한다. 하루로 따지면 1.5L 페트병 한 개나 된다. 이 정도는 돼야 구강 내 윤활작용이 원활해지고 말도 편하게 할 수 있다. 대화를 많이 하라고 침이 많이 분비되는 게 인체의 원리인 셈이다. 빨리 코로나 먹구름이 가시고 활기찬 대화소리를 다시 듣게 되길 기대한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