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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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8일 기준금리를 인하(0.75%→0.50%)한 배경에는 경기가 급격히 냉각된 상황에서 굳이 추가 인하 시기를 잴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는 동결하고 연내에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점치기도 했지만, 최근의 수출 급감, 마이너스(-) 성장률 가능성, 0%에 근접한 물가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 서둘러 대응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을 두고 팽팽하게 갈렸다.

동결을 예상한 이들은 대체로 추가 인하 가능성을 크다고 보면서도 5월에는 '인하 카드'를 아낄 것으로 봤다.

반면 5월 인하를 전망하는 쪽에서는 각종 경제 지표가 코로나19로 망가졌기 때문에 당장 금리를 더 낮춰도 '이상할 게 없다'라거나 '이런 상황에 굳이 인하 시기를 잴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한은의 결정은 2개월 만의 추가 인하였다.

앞서 한은은 지난 3월 0.5%포인트 인하라는 '빅컷'(big cut·대폭 인하)을 단행해 사상 첫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뒤 4월에는 동결을 선택했다.

빅컷의 효과를 두고 보자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지자 다시 한번 행동에 나섰다.

우선 경제 버팀목인 수출 지표가 나빠졌다.

4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24.3% 감소한 369억2천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2016년 2월(359억3천만달러)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나쁜 수준이다.

수출 부진에 무역수지도 99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5월 들어 20일까지 수출(203억달러)도 지난해 5월 같은 기간보다 20.3% 줄었다.

이 때문에 경제 성장률 자체도 뒷걸음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수출은 4월에 이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3∼4개월 선행하는 수출경기확산지수 급락을 고려했을 때 상반기 중 수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금통위 의사록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 동결을 주장한 위원 중 다수가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임기를 시작한 신임 금통위원들도 경기 침체 위기 속에서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을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