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주, 맥주 등 주류 판매가 감소 또는 정체된 가운데 와인은 '나홀로 질주'하고 있다.
이마트24 주류카테고리 킬러 매장은 120여 종의 와인과 위스키를 판매한다.
이마트24 주류카테고리 킬러 매장은 120여 종의 와인과 위스키를 판매한다.
이유는 많다. 회식과 외식 대신 '집밥'과 '홈술'이 늘면서 식사와 함께 할 주종으로 와인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내 쇼핑몰, 영화관 대신 야외 나들이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차박(차에서 숙박)'과 '와인 피크닉'은 올 봄 20~30대의 여가 키워드였다.

온라인에서 예약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찾아갈 수 있는 '통신 판매'가 지난 4월 14일부터 시행된 것은 와인업계에 큰 호재가 됐다. 유통 채널에선 낮은 가격대의 와인이 많아지고, 판매처가 편의점 등으로 대폭 확대됐다. 와인 바에서 격식 차리며 마시던 와인이 본격적으로 생활 속 문화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인숍'이 된 편의점

올해 편의점마다 와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와인 판매 증가율은 이마트24가 228%로 가장 높았다. CU(45.8%), GS25(27.7%), 세븐일레븐(26.1%)도 고르게 증가했다.

편의점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와인 부문에 공을 들였다. 이마트24는 '주류 카테고리 킬러'매장이라는 이름으로 술 특화 매장을 선보였다. 벌써 1900여 곳으로 늘었다. 와인은 80여 종, 위스키는 20여 종을 판다.

GS25는 1~2만원대 와인 18종을 전 점포에서 판매한다. 작년 12월엔 '와인 25' 모바일 앱을 내놓고 30여 종의 와인을 예약 후 편의점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체 수입 와인도 대거 선보이고 있다. 2017년부터 명화, 명곡 등 예술품을 연계한 '넘버' 시리즈와 와인의 유명 산지를 표현한 '네이쳐사운드' 시리즈 등을 내놨다. 지난해 GS25 와인 매출 중 42.2%가 이 시리즈들이었다.

이밖에 주요 편의점들은 한정 수량, 한정 기간 판매를 내걸고 와인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CU에서 5월 와인 판매 증가율은 792%로 맥주(557%)보다 크게 높았다.

○5월 '황금연휴' 때 많이 마셨다

5월 황금 연휴 기간에 와인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올해 와인 판매량은 전년보다 각각 23.1%, 24.2% 늘었다. 5월 들어서는 매출 증가율이 이마트(52.5%), 롯데마트 (86.2%), 홈플러스 (42.2%)를 기록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이 기간 와인을 대규모 할인 판매하는 '와인장터'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4~5월 와인 매출이 52.5% 늘어 와인장터 첫날에만 약 17억원어치가 팔렸다"며 "맥주 매출이 전년보다 1~2%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화제를 모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도 4~5월 와인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 것으고 보고 있다. 이웃들과의 파티나 홈술용으로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면서 방영일이던 금요일과 토요일에 와인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 CU관계자는 "4~5월 에 금요일과 토요일 와인 매출이 주간 매출의 41.7%를 차지했다"며 "와인업계에서 드라마 영향이 컸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와인 수입액 3억弗 넘을까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2억5925만달러로 사상 최고였다. 5년 전에 비해 36% 증가했다.

수입사들의 실적도 좋아졌다. 신세계L&B는 지난해 1071억원을 매출을 달성해 최초로 1000억원대 와인 수입사가 됐다. 전체 판매 중 53.3%가 이마트, 10.4%가 이마트24에서 팔렸다. 신세계L&B는 이마트 유통 관계망에서 약 70%의 매출을 달성했다.

금양인터내셔널, 아영FBC, 나라셀라 등 주요 수입사의 매출도 전년 대비 각각 1.6%, 6.2%, 17% 증가했다.

업계는 올해 와인 소비가 크게 늘면서 수입액 3억달러를 돌파할 지 주목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