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350㎞ 지났지만 '무사통과'…군·해경, 주민 신고 후 뒷북 대응
軍 "해경 수사 결과 나오면 책임 여부 가릴 것"
중국인 밀입국 용의자 8명이 탄 레저용 소형 모터보트가 아무런 제지 없이 충남 태안 해안가로 들어온 것과 관련해 군 경계가 허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해당 선박에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뻥 뚫린 해상 경계에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군은 내부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태안해경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중국인들이 타고 몰래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1.5t급 레저용 모터보트 1척이 발견됐다.

이 배에 타고 있던 밀입국 용의자 8명은 20일 오후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에서 출발해 21일 태안 앞바다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밀입국자 관련 수사는 통상적으로 해경이 담당하지만, 해안선 및 해양 경계 임무는 군이 책임지고 있어 경계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해안 경계 작전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해군이 먼바다에서 해상 초계작전을 펼치고, 육군은 연안에서 해안 경계 작전을 담당한다.

해경은 가까운 바다에서 해상 순시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열상감시장비(TOD)와 해안 레이더 등 해안복합감시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중국 산둥반도를 출발해 350㎞ 떨어진 태안까지 들어온 보트를 '무사통과' 시킨 것이다.

일각에서는 소형 보트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25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불법으로 레저활동을 하던 소형 고무보트가 육군 레이더에 식별돼 낚시꾼이 처벌받기도 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소형 보트가 태안 해안에 도달하기 전 레이더에 식별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밀입국자들이 바다를 건너온 20∼21일 사이 해상 파고는 0.5∼1m로 바다도 잔잔해 조난당한 배라고 의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심지어 국내에 들어와 이틀간 방치돼 있던 선박을 발견해 신고한 것도 마을 주민이었다.

해상에서 선박 움직임을 발견하지 못한 군은 주민 신고를 받고 나서야 경계가 뚫린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지난달 20일 이번 모터보트가 확인된 인근 태안 의항 백사장에서도 소유자를 알 수 없는 소형 고무보트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태안 주민은 "밀항하려는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서해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범죄자가 우리 동네를 활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은 "군이 레이더 영상을 놓친 것은 업무 태만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군은 해당 해역과 지역에 대한 경계 작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내부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선박 이동 경로 등 해경 수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 여부를 가릴 것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