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차환채 발행 한도를 기존보다 네 배 확대하는 등 지방채 발행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방정부의 세수는 줄어드는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출은 급증하고 있어서다. 빚을 돌려막아서라도 재정 수요를 맞추겠다는 의미다. 올해 지자체들이 발행할 지방채 규모는 6조원을 넘어서 최근 5년 사이 최고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는 차환채 한도 완화를 포함한 지방채 발행 지침을 각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차환채는 기존 지방채 등을 갚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가리킨다.

행안부는 올해에 한해 기존 지방채 발행 한도 외에 차환채 발행분을 전액 별도 한도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지방채 상환 총액의 25% 범위 내에서만 차환채 별도 한도를 인정했는데 이를 100%로 확대한 것이다.

'코로나 지출' 늘어난 지자체…올 지방채 6조 넘게 발행할 듯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시 부산시 등 지방채 발행 한도가 꽉 찬 지자체의 경우 차환채 별도 한도를 넓혀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지방채가 6100억원이다. 기존엔 이 중 25%인 1525억원만 차환채로 돌릴 수 있고 나머지는 상환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지침으로 전액 차환채로 다시 빚을 내 충당할 수 있게 됐다.

지방채 발행 자율성도 확대됐다. 지난달 말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는 지방채 발행 한도 기준(전전년도 예산의 10% 등)을 초과해 지방채를 발행하려면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협의’를 통해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 지방채 발행 규모는 2015년(6조773억원) 이후 처음으로 6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예산상 지방채 발행 규모는 5조5605억원이었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에 지방채의 용도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해왔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지역 긴급재난금 등을 지원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을 지방채로 충당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행안부는 일회성인 코로나19 대응 비용을 지방채로 활용하는 데 난색을 보여왔다. 지방재정법상 지방채는 원칙적으로 경상성(일회성) 지출이 아니라 투자성 지출에만 쓸 수 있어서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채 용도 제한을 풀려면 법을 개정해야 해 쉽지 않다”며 “대신 올해에 한해서만 차환채 한도를 넓혀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