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마크롱의 '산업 주권' 회복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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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동차산업에 10조82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26일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 공장을 찾은 자리에서다. 그는 전기차의 판매 보조금도 대놓고 늘리겠다고 했다. 3년 전 취임 당시 전기차 육성을 얘기할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동안 ‘하나의 유럽’을 강조해온 그지만 지금은 “프랑스를 21세기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언급한다. 마크롱이 내세우는 건 ‘산업주권론’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이 지배하는 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해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자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프랑스가 발을 걸치지 않으면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있다. 유럽연합(EU) 내 국가들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기업들이 프랑스 내부에 투자할 때만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지금 PSA(푸조시트로엥)가 독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는 걸 의식하는 모양이다.
전기차·자율주행 등 10조 투자
프랑스 자동차 업체들은 1940~1950년대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손꼽혔다. 하지만 강성 노조와 기술 개발 지연 등으로 경쟁력 없는 50년을 지내왔다. 그속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공장을 지으러 외국으로 나갔다. 르노는 프랑스 내에서 10.6%만을 조립한다. PSA도 30%만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한다. 모로코와 동부 유럽에 세운 내연기관 공장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껍데기’만 가진 프랑스 자동차 업체들이다. 프랑스는 차츰 서비스 국가로 변했다. 현재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 대외의존도도 87.7%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찾아왔다. 서비스업이 직접 타격을 받으면서 경제가 급전직하했다. 주요 국가 중에서 경제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사실로 드러났다. 1분기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최악이다. 무엇보다 마크롱을 괴롭힌 건 마스크가 부족해 감염증 사태를 악화시키고 진단키트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옛날 제조강국의 축적된 유산을 찾기 힘들었다. 건강주권이 산업주권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마크롱은 감지했다.
제조업 경쟁력 확보에 안간힘
코로나 위기 이후 펼쳐질 산업 판도의 재편에서 프랑스가 감당해야 할 숨막히고 절박한 위기를 쳐다보면서 그는 10조원을 마련했다. 물론 제조업에서 실기하고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한 나라 가운데 코로나에 혼쭐난 국가는 한둘이 아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말할 것도 없다. 세계 최고의 서비스 대국인 미국도 코로나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비스산업에서 바이러스 유병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미국의 고용 감소는 대부분 서비스업에서 나오고 있다. 3월 이후 감소한 고용 인원 2141만 명 중 38%가 음식점을 포함한 여가·오락 서비스업이다. 제조업은 136만 명으로 전체 감소 인원의 6.36%다. 제조업이 강한 국가는 V자 반등이 가능하지만 서비스업 중심 국가는 L자 반등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시 고용을 하는 형태의 ‘긱(gig)이코노미’가 힘을 잃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잃은 국가들의 한탄이 자못 크다. 물론 서비스업 경쟁력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세계는 갈수록 기술과 산업의 주도권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ohchoon@hankyung.com
특히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프랑스가 발을 걸치지 않으면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있다. 유럽연합(EU) 내 국가들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기업들이 프랑스 내부에 투자할 때만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지금 PSA(푸조시트로엥)가 독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는 걸 의식하는 모양이다.
전기차·자율주행 등 10조 투자
프랑스 자동차 업체들은 1940~1950년대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손꼽혔다. 하지만 강성 노조와 기술 개발 지연 등으로 경쟁력 없는 50년을 지내왔다. 그속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공장을 지으러 외국으로 나갔다. 르노는 프랑스 내에서 10.6%만을 조립한다. PSA도 30%만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한다. 모로코와 동부 유럽에 세운 내연기관 공장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껍데기’만 가진 프랑스 자동차 업체들이다. 프랑스는 차츰 서비스 국가로 변했다. 현재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 대외의존도도 87.7%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찾아왔다. 서비스업이 직접 타격을 받으면서 경제가 급전직하했다. 주요 국가 중에서 경제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사실로 드러났다. 1분기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최악이다. 무엇보다 마크롱을 괴롭힌 건 마스크가 부족해 감염증 사태를 악화시키고 진단키트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옛날 제조강국의 축적된 유산을 찾기 힘들었다. 건강주권이 산업주권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마크롱은 감지했다.
제조업 경쟁력 확보에 안간힘
코로나 위기 이후 펼쳐질 산업 판도의 재편에서 프랑스가 감당해야 할 숨막히고 절박한 위기를 쳐다보면서 그는 10조원을 마련했다. 물론 제조업에서 실기하고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한 나라 가운데 코로나에 혼쭐난 국가는 한둘이 아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말할 것도 없다. 세계 최고의 서비스 대국인 미국도 코로나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비스산업에서 바이러스 유병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미국의 고용 감소는 대부분 서비스업에서 나오고 있다. 3월 이후 감소한 고용 인원 2141만 명 중 38%가 음식점을 포함한 여가·오락 서비스업이다. 제조업은 136만 명으로 전체 감소 인원의 6.36%다. 제조업이 강한 국가는 V자 반등이 가능하지만 서비스업 중심 국가는 L자 반등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시 고용을 하는 형태의 ‘긱(gig)이코노미’가 힘을 잃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잃은 국가들의 한탄이 자못 크다. 물론 서비스업 경쟁력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세계는 갈수록 기술과 산업의 주도권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