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을 ‘멘토’로 삼아온 미국 헤지펀드 창업자가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연일 고전하고 있다.

미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창업자인 빌 애크먼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보유해온 벅셔해서웨이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애크먼은 “퍼싱스퀘어는 벅셔해서웨이보다 (운용 자금) 규모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며 “시장 상황에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퍼싱스퀘어의 운용 자금은 총 100억달러 규모로, 벅셔해서웨이(1300억달러)의 7% 수준이다.

애크먼은 그동안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를 자처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공개석상에서 “내 멘토는 버핏”이라며 “퍼싱스퀘어 목표도 버핏을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작년 8월엔 벅셔해서웨이에 투자해 지분 0.25%(클래스B 보통주)까지 확보했으나 1년도 안 돼 모두 팔아 치우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후 애크먼과 버핏의 투자 방식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애크먼은 코로나19를 투자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 미국 및 유럽 기업들이 잇따라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가능성에 베팅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상품에 2700만달러를 투자해 한 달여 만에 100배 수준인 26억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이 돈으로 주가가 일시 급락한 기업의 주식을 사들였다. 호텔 운영회사인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 자산개발회사인 하워드휴즈 코퍼레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올 2월 스타벅스 주식을 매도한 그는 최근 다시 매수로 전환했다. 퍼싱스퀘어의 투자 수익률은 올 들어서만 21%에 달한다. 애크먼은 “투자 주식 대부분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버핏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벅셔해서웨이는 올 1분기 497억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최근 미국 항공사 및 은행주를 집중 매도했는데, 이들 기업의 주가는 저점을 지나 반등세를 타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