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에 이어 고양 물류센터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쿠팡 로켓배송에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 주축 물류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늘어난 주문량을 소화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28일 고양 덕양구 쿠팡 물류센터 모습.   /뉴스1
경기 부천에 이어 고양 물류센터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쿠팡 로켓배송에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 주축 물류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늘어난 주문량을 소화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28일 고양 덕양구 쿠팡 물류센터 모습. /뉴스1
경기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곳을 통해서만 닷새 만에 9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고양에 있는 다른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쿠팡에서 근무했던 사람이 다른 물류센터로 옮겨 확진 판정을 받은 일도 있었다. 경기도는 쿠팡 부천 물류센터를 2주간 폐쇄했고, 정부는 전국 물류센터에 대한 긴급점검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비대면) 소비’의 대표 주자 역할을 했던 쿠팡은 이제 코로나19 집단 발생지로 소비자 불신을 사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쿠팡이 소비자에게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아 신뢰가 더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 쿠팡 센터에서도 확진자 나와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쿠팡 부천 물류센터와 관련한 확진자는 총 95명이다. 서울 19명, 경기 37명, 인천 39명이다. 지난 23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닷새 만에 100명에 육박했다. 1000명 이상 근무하는 시설이어서 추가 확진 가능성도 높다. 이날 오전 0시 기준 전수검사 대상자 4159명 가운데 약 82%인 3445명이 검사를 받았다. 이 중 82명을 제외한 2854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물류센터 직원들의 모자와 신발 등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부천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확진자의 아버지가 감염되는 등 2·3차 감염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고양의 또 다른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이 물류센터 사무직 근로자 한 명이 27일 밤 확진 판정을 받고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됐다. 고양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고양 물류센터에 검사 부스 세 곳을 설치, 물류센터 근무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문을 연 이곳은 쿠팡이 ‘메가 물류센터’로 부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쿠팡은 초대형 물류센터에는 ‘메가’를, 지역 소규모 물류센터에는 ‘캠프’란 이름을 붙인다. 고양처럼 메가 물류센터로 불리는 곳은 전국 168개 쿠팡 물류센터 중 인천과 덕평 등 4~5곳에 불과하다. 고양 물류센터 근무인원은 580여 명으로 알려졌다.

경기 광주 현대그린푸드 경인센터에서도 ‘쿠팡발 확진자’가 나왔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이날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단기 아르바이트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곧바로 물류센터를 폐쇄하고 직원 600여 명을 전수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에서 확진자가 속출하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부터 2주간 부천 물류센터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기간에는 시설을 폐쇄하라는 의미다. 유흥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이 아닌, 기업 설비에 대한 집합금지 첫 사례다. 쿠팡은 26일부터 부천 물류센터를 자진 폐쇄했다. 또 고양 물류센터도 28일부터 닫았다.

정부도 서둘러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국의 영업용 물류센터 1321곳과 택배 터미널 84곳에 대한 긴급 방역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택배업계와 물류창고 관리자가 근로자 명부와 연락처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물류시설 방역지침’을 마련해 배포할 예정이다.

소비자 불안 커지고 물류 차질도

쿠팡 물류센터를 통한 확진자가 늘고, 소비자 불안도 커지고 있지만 쿠팡 측은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동종 업계 마켓컬리가 확진자 한 명이 발생하자 이날 곧바로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내건 것과 다르다. 마켓컬리에선 추가 확진자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쿠팡 측은 연일 “상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26일 쿠팡은 자사 뉴스룸 게시판에 “고객이 주문한 상품은 배송 전 최종 단계에서 한번 더 소독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올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7일 저녁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소비자의 불안함을 보여주는 사진이 올라왔다. 쿠팡에서 배송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주로 가입하는 한 카페에 올라온 이 사진에는 ‘쿠팡 택배 사절, 세대 직접 전달 요망’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쿠팡에서 배송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부천, 고양 등 대형 물류센터가 폐쇄되면서 배송 차질도 일부 벌어지고 있다. 이날 한때 서울 서초, 송파 등 강남권 일대에선 일제히 쿠팡의 신선식품 ‘로켓프레시’ 상품이 ‘매진’됐다. 업계에선 물건이 잘 팔려서 매진된 것이 아니라 배송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재광/노유정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