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하늘빛이 코발트블루로 물들었다. 동해 바다빛 같다. 당장이라도 바깥으로 뛰어나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에게서 하늘과 바다와 길을 빼앗았다.

‘집콕 생활’과 마스크에 지친 독자들에게 걷기와 달리기의 즐거움을 새로이 상상하게 하는 책이 잇달아 나왔다. 달리기의 희열에 가득 찬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와 한국의 구석구석 숨은 보석처럼 빛나는 길들을 도보로 여행하는 사람의 에세이, 중년 갱년기에 시달리다가 90대 마라토너를 우연히 알게 된 후 다시 두 다리로 땅을 박차는 사람의 ‘인터뷰 일기’ 등이다.

《달리기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은 세 번의 사고로 무너진 몸 때문에 스스로와 세상을 원망하다가 달리기로 새 삶을 찾은 오세진 작가의 이야기다. 저자는 ‘달알못(달리기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고비사막 250㎞를 완주하는 철인으로 변모했다.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움직인 자신을 응원하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답게 행복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달리기의 기쁨을 알려준다.

저자는 “달리기는 신발을 신고 나가기까지가 제일 힘들다”며 “막상 나가서 몸을 움직이다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고 말한다. 또 “그냥 하는 게 제일”이라며 달리기를 꺼리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

《걷는자의 기쁨》은 자유여행을 즐기는 박성기 작가가 달마고도, 덕산기계곡, 울진 십이령길, 포항 내연산, 태백 함백산, 태안 바람길 등 도보여행을 떠났던 35곳을 소개한다. 그는 “길에는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꾼을 만나면 객주처럼, 태백산맥처럼, 토지처럼 소설이 된다”고 설명한다. 경주 양동마을과 안동 낙동강변 녀던길에선 선비들의 고아한 삶과 풍류를, 울진 십이령길과 고창읍성에선 고단한 노동의 현장을 걷던 보부상과 부역꾼들을 상상한다. 저자가 직접 찍은 470여 장의 사진이 현장감을 살린다.

《젊어서도 없던 체력 나이 들어 생겼습니다》는 캐나다 프리랜서 작가인 브루스 그리어슨이 늦깎이 육상 선수로 한창 활약 중인 94세 할머니 올가 코텔코를 인터뷰한 책이다. 저자는 50세가 되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을 뿐 아니라 의욕도, 기억력도 사라졌다.

하지만 코텔코를 알게 되면서 삶의 새로운 용기를 얻는다. 코텔코는 70대 후반부터 육상을 시작해 100m 달리기, 높이뛰기, 해머던지기, 창던지기 종목에서 시니어 부문 세계 기록 26개를 세웠다. 코텔코는 매일 스트레칭을 하고, 얼음이 들어간 음료수부터 외풍이 심한 방 등 차가운 것을 피한다. 항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 사회에 “자신의 몸을 스스로 돌볼 줄 알아야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다”는 작은 가르침을 전한다.

마스크를 벗고 강변과 산을 다시 한번 기쁘게 걷고 뛸 날을 상상한다. 적당한 햇볕을 쬐지 못하면 우울증이 생긴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부른 사회의 우울증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활기찬 호흡이 들어설 날을 기대한다.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