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국제적으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법은 홍콩에서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등을 모의한 단체나 개인을 중국 당국이 처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중국이란 사회주의 국가에서 홍콩의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을 훼손하고, 홍콩인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우려를 사왔다.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은 홍콩보안법 통과 전부터 강경 대응을 예고해왔다. 홍콩에 관세·무역·비자 등에서 혜택을 인정하는 ‘홍콩 특별지위’ 박탈 등 초강경 조치들을 거론했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미국 외에도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이 일제히 유감을 나타내는 공식성명을 발표한 점이다. 영향력이 큰 선진국들이지만, 13억 거대 내수시장을 ‘무기’로 삼은 중국의 압력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나라는 없을 것이다. 최근 스콧 모리슨 총리가 중국의 코로나 책임론을 거론한 이후 호주산 소고기 수입 금지 등 경제 보복을 당한 호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요국들이 성명을 통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중국이 국제협정 준수 의무를 저버려 스스로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이다. 1984년 체결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에 따라 1997년 홍콩 반환 후 50년간 유지돼야 할 일국양제를 준수할 것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민주주의·자유·법치주의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침해받을 가능성도 우려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그제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최근 국제사회의 갈등과 관련해 국내외 우려가 높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을 뿐 여전히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하고 있다. ‘동맹’인 미국과 ‘경제’의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누구나 안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홍콩 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 코로나 위기 대응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만큼 이런 국제 이슈에 대해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도가 커진 터다. 미국과 중국이 외교 경로를 통해 홍콩보안법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앞다퉈 전달하고 지지를 요청한 것도 높아진 한국 위상과 무관치 않다. 누가 봐도 공정한 원칙 아래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우리 스스로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만이 국익을 지키는 길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홍콩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원칙은 자유·인권·법치·민주 같은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그토록 국제사회에 자랑하고 강조해온 ‘촛불정신’이 홍콩에 대한 억압을 용인하는 것일 수는 없다. 미·중 갈등이든, 남북한 관계든 원칙이 바로 서야 상대가 함부로 못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