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유로존 붕괴 악몽…"과도한 부채로 재정위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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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02년 도입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충격 완화를 위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막대한 규모의 재정을 풀면서 과도한 재정부채로 인한 ‘제2의 재정위기’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가파르게 증가한 정부부채로 유로화를 앞세운 통화동맹이 붕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로화 붕괴위험 경고한 ECB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과도한 정부부채가 우려된다”며 “재정이 악화된 국가들이 유로존을 잇달아 탈퇴하는 등 유로화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B는 코로나19 경기부양을 위해 유로존의 재정확대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CB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유로존 각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유럽 등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루이스 데 권도스 ECB 부총재는 “유로존의 대규모 재정 정책은 일시적으로 경제적 타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부채의 지속가능성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유로존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ECB는 지난해 기준 유로존 GDP의 84.1%였던 정부부채가 올해 10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EU 27개국 중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그리스로, 176.6%에 달한다. 이어 △이탈리아(134.8%) △포르투갈(117.7%) △벨기에(98.6%) △프랑스(98.1%) △스페인 (95.5%) 등의 순이다. ECB는 그리스의 정부부채가 올해 200%, 이탈리아는 160%, 프랑스와 스페인은 12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일통화인 유로존 특성상 유로존 국가들은 환율약세에 따른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더 많은 수입을 확보해 재정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에서 정부지출 축소를 통한 재정개혁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경기회복이 더딘 가운데 세금을 대규모로 추가 징수하지 않는 한 수입 확보도 불가능하다.
○위기 앞두고도 갈등 빚는 유로존
유로존의 통화정책은 ECB가 맡지만 재정정책은 회원국이 독자 운영한다. 회원국의 경제격차 축소 및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EU는 재정정책 준칙인 안정·성장협약(SGP)을 시행하고 있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 정부 부채는 GDP의 6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2011년 유로존을 강타한 재정위기 이후 재정준칙은 엄격하게 지켜져 왔다. 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이를 주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상황은 달라졌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준칙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유로존 각국의 ‘무제한 돈풀기’를 사실상 허용한 것이다.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막대한 경기부양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재정위기의 영향이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의 수십배에 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보다 경제 규모가 10배 이상 큰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에서 재정위기가 불거지면 유로존 전체로 위기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단일통화권이자 경제권인 유로존 특성상 주요국 은행 간 상호 익스포저가 크기 때문에 한 국가의 부실이 연쇄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유로존의 연쇄 재정위기를 막기 위해선 EU 공동의 자금지원이 필수적이다. 독일을 비롯해 재정이 탄탄한 북유럽 국가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독일의 지난해 기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59.8%, 네덜란드 48.5% 등으로 남부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낮다. 2011년 남유럽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EU는 5000억유로 상당의 유로안정화기금(ESM)을 설립해 그리스를 지원했다.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유로존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로화의 몰락과 유로존의 붕괴는 단일경제권을 추구하는 EU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제2의 재정위기가 발생할 경우에도 유럽 전체가 또 다시 합심해 재정위기에 빠진 국가들을 지원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재정 여력이 탄탄한 북부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남부 국가 간 격차에서 비롯된 해묵은 갈등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코로나19에 따른 공동기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도 북부와 남부 국가 간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유로화 붕괴위험 경고한 ECB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과도한 정부부채가 우려된다”며 “재정이 악화된 국가들이 유로존을 잇달아 탈퇴하는 등 유로화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B는 코로나19 경기부양을 위해 유로존의 재정확대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CB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유로존 각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유럽 등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루이스 데 권도스 ECB 부총재는 “유로존의 대규모 재정 정책은 일시적으로 경제적 타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부채의 지속가능성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유로존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ECB는 지난해 기준 유로존 GDP의 84.1%였던 정부부채가 올해 10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EU 27개국 중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그리스로, 176.6%에 달한다. 이어 △이탈리아(134.8%) △포르투갈(117.7%) △벨기에(98.6%) △프랑스(98.1%) △스페인 (95.5%) 등의 순이다. ECB는 그리스의 정부부채가 올해 200%, 이탈리아는 160%, 프랑스와 스페인은 12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일통화인 유로존 특성상 유로존 국가들은 환율약세에 따른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더 많은 수입을 확보해 재정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에서 정부지출 축소를 통한 재정개혁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경기회복이 더딘 가운데 세금을 대규모로 추가 징수하지 않는 한 수입 확보도 불가능하다.
○위기 앞두고도 갈등 빚는 유로존
유로존의 통화정책은 ECB가 맡지만 재정정책은 회원국이 독자 운영한다. 회원국의 경제격차 축소 및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EU는 재정정책 준칙인 안정·성장협약(SGP)을 시행하고 있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 정부 부채는 GDP의 6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2011년 유로존을 강타한 재정위기 이후 재정준칙은 엄격하게 지켜져 왔다. 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이를 주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상황은 달라졌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준칙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유로존 각국의 ‘무제한 돈풀기’를 사실상 허용한 것이다.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막대한 경기부양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재정위기의 영향이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의 수십배에 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보다 경제 규모가 10배 이상 큰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에서 재정위기가 불거지면 유로존 전체로 위기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단일통화권이자 경제권인 유로존 특성상 주요국 은행 간 상호 익스포저가 크기 때문에 한 국가의 부실이 연쇄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유로존의 연쇄 재정위기를 막기 위해선 EU 공동의 자금지원이 필수적이다. 독일을 비롯해 재정이 탄탄한 북유럽 국가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독일의 지난해 기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59.8%, 네덜란드 48.5% 등으로 남부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낮다. 2011년 남유럽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EU는 5000억유로 상당의 유로안정화기금(ESM)을 설립해 그리스를 지원했다.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유로존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로화의 몰락과 유로존의 붕괴는 단일경제권을 추구하는 EU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제2의 재정위기가 발생할 경우에도 유럽 전체가 또 다시 합심해 재정위기에 빠진 국가들을 지원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재정 여력이 탄탄한 북부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남부 국가 간 격차에서 비롯된 해묵은 갈등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코로나19에 따른 공동기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도 북부와 남부 국가 간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