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조직 형태는 기술의 발전으로 갈수록 유연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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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4차 산업혁명과 조직구조
조직은 사회 변화와 모습을 같이하는 사회적 발명품이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전통과 관습에 얽매여 있던 개인들은 조직을 만들어 원하는 바를 얻기 시작했다. 현대로 접어들어 사회경제적 그리고 기술적 환경이 달라지면서 조직도 변화해왔다. 조직이 처음 등장할 무렵 대부분의 구조는 관료제였지만, 점차 유연하고 수직적인 격차를 줄인 구조로 바뀌어 나갔다.
거래비용과 불확실성이 변화시킨 조직의 모습
조직은 거래비용과 불확실성에 의해 모습을 바꿔왔다. 복잡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기업들의 성공방정식은 대량생산 방식의 도입이었다.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얼마나 크게 실현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갈랐다. 미국의 포드와 GM, GE,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 소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대량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부품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했기 때문에 엄격한 규칙과 위계에 의한 내부생산을 실시했고,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외부에서 조달했다. 또한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인력은 내부승진과 교육을 통해 장기적으로 관리했다. 평생직장이 가능했던 이유이다. 한편, 기업의 규모가 보다 커지자 개발이나 생산, 판매, 인사 등의 업무 영역이 지나치게 넓어져 관리가 어려워졌다. 그 결과 조직의 수직적 증가는 멈추고 수평적 확대가 시작됐다.
20세기 후반이 되자 기업의 규모는 오히려 축소됐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상품과 지식의 이동비용이 낮아지자 기업의 시선은 전 세계 시장으로 향하게 됐고, 생산설비를 저렴한 노동력을 갖춘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쟁의 심화로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이 시작된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자원을 모두 내부화했던 과거와 달리 핵심인력과 자원만을 내부에 남겨두고 모두 외부로 내보냈다. 기업마다 외주화가 활발해졌다.
기술의 발전으로 경계가 사라지는 조직
기술은 조직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혁신의 속도와 범위가 급격히 커지자, 기업은 독자적인 대응이 어려워졌다. 이는 여러 조직 간의 협력을 낳았다. 과거에는 자신의 기술과 지식이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경쟁자의 추격을 막기 위해 감춰야 할 자산이었지만, 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자신의 기술만으로는 혁신을 리드하기 어려워졌음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 생존을 위해, 협력과 공유를 위해 조직 형태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기술혁신 컨소시엄이나 전략적 제휴 등의 새로운 형태가 등장했다. 과거에 조직이 기업과 기업, 조직과 조직을 구분짓는 ‘벽’이었다면 이제는 외부 환경과의 소통을 위한 ‘문’으로 변모한 것이다.
생산뿐만 아니라 ICT의 발전도 조직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정보기술은 서로 상호작용하는 부서나 역할 간에 소통을 활성화하고, 업무와 일정 조정을 수월하게 해줌으로써 상호 의존 문제를 해결해준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 변화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어 의사결정의 비효율을 줄여준다. 조직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자 조직 경계 안으로 자원을 내부화할 필요성은 더욱더 줄어들게 됐다. 조직활동에 아무리 필수적인 요소라 하더라도 정보기술의 도움으로 적절한 시기에, 합리적인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의 필요성
문제는 오늘날 기술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전후의 흐름이 분명한 연속적인 기술 변화의 경우 예측이 가능해 이를 조직구조 변화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오늘날의 기술 발전은 그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결합을 통한 혁신적인 자동화시스템, 물질계와 정보계가 결합한 CPS(디지털 쌍둥이) 등이 대표적이다. 가속적이고 단절적인 기술 발전은 예측할 수 없으니 대응도 효과적이지 못하다. 유연함과 개방성의 확장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기존 조직이 급격한 환경 변화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2차 산업혁명 당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기를 활용한 대량생산 기술이 등장했지만 오히려 기업들의 생산성을 악화시켰다. 증기를 활용해 성공가도를 달리던 기업들은 생산방식 자체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증기 중심의 생산과정에 전기를 억지로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전기가 증기를 ‘대체’했을 뿐 ‘전환’하지 못한 것이다. 생산방식에 전기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오늘날의 기술 발전은 과거와 달리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단절적인 혁신으로 예측하기도, 여유 있게 대응하기도 어렵다. 조직구조와 경계를 유연화하고 개방화의 정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사회경제적, 기술적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조직구조를 얼마나 액체에 가깝게 만드는지 여부가 디지털 전환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 포인트
조직은 사회상 반영하는 사회적 발명품
수직적 위계를 강조하는 관료제에서
수직적 격차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화
거래비용과 불확실성이 변화시킨 조직의 모습
조직은 거래비용과 불확실성에 의해 모습을 바꿔왔다. 복잡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기업들의 성공방정식은 대량생산 방식의 도입이었다.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얼마나 크게 실현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갈랐다. 미국의 포드와 GM, GE,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 소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대량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부품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했기 때문에 엄격한 규칙과 위계에 의한 내부생산을 실시했고,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외부에서 조달했다. 또한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인력은 내부승진과 교육을 통해 장기적으로 관리했다. 평생직장이 가능했던 이유이다. 한편, 기업의 규모가 보다 커지자 개발이나 생산, 판매, 인사 등의 업무 영역이 지나치게 넓어져 관리가 어려워졌다. 그 결과 조직의 수직적 증가는 멈추고 수평적 확대가 시작됐다.
20세기 후반이 되자 기업의 규모는 오히려 축소됐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상품과 지식의 이동비용이 낮아지자 기업의 시선은 전 세계 시장으로 향하게 됐고, 생산설비를 저렴한 노동력을 갖춘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쟁의 심화로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이 시작된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자원을 모두 내부화했던 과거와 달리 핵심인력과 자원만을 내부에 남겨두고 모두 외부로 내보냈다. 기업마다 외주화가 활발해졌다.
기술의 발전으로 경계가 사라지는 조직
기술은 조직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혁신의 속도와 범위가 급격히 커지자, 기업은 독자적인 대응이 어려워졌다. 이는 여러 조직 간의 협력을 낳았다. 과거에는 자신의 기술과 지식이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경쟁자의 추격을 막기 위해 감춰야 할 자산이었지만, 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자신의 기술만으로는 혁신을 리드하기 어려워졌음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 생존을 위해, 협력과 공유를 위해 조직 형태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기술혁신 컨소시엄이나 전략적 제휴 등의 새로운 형태가 등장했다. 과거에 조직이 기업과 기업, 조직과 조직을 구분짓는 ‘벽’이었다면 이제는 외부 환경과의 소통을 위한 ‘문’으로 변모한 것이다.
생산뿐만 아니라 ICT의 발전도 조직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정보기술은 서로 상호작용하는 부서나 역할 간에 소통을 활성화하고, 업무와 일정 조정을 수월하게 해줌으로써 상호 의존 문제를 해결해준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 변화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어 의사결정의 비효율을 줄여준다. 조직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자 조직 경계 안으로 자원을 내부화할 필요성은 더욱더 줄어들게 됐다. 조직활동에 아무리 필수적인 요소라 하더라도 정보기술의 도움으로 적절한 시기에, 합리적인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의 필요성
문제는 오늘날 기술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전후의 흐름이 분명한 연속적인 기술 변화의 경우 예측이 가능해 이를 조직구조 변화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오늘날의 기술 발전은 그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결합을 통한 혁신적인 자동화시스템, 물질계와 정보계가 결합한 CPS(디지털 쌍둥이) 등이 대표적이다. 가속적이고 단절적인 기술 발전은 예측할 수 없으니 대응도 효과적이지 못하다. 유연함과 개방성의 확장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기존 조직이 급격한 환경 변화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2차 산업혁명 당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기를 활용한 대량생산 기술이 등장했지만 오히려 기업들의 생산성을 악화시켰다. 증기를 활용해 성공가도를 달리던 기업들은 생산방식 자체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증기 중심의 생산과정에 전기를 억지로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전기가 증기를 ‘대체’했을 뿐 ‘전환’하지 못한 것이다. 생산방식에 전기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오늘날의 기술 발전은 과거와 달리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단절적인 혁신으로 예측하기도, 여유 있게 대응하기도 어렵다. 조직구조와 경계를 유연화하고 개방화의 정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사회경제적, 기술적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조직구조를 얼마나 액체에 가깝게 만드는지 여부가 디지털 전환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 포인트
조직은 사회상 반영하는 사회적 발명품
수직적 위계를 강조하는 관료제에서
수직적 격차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