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일반인과 호흡기 증상으로 숨쉬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덴탈 마스크가 적합하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대한의학회지 오피니언면에 게재했습니다.
덴탈 마스크는 주로 수술하는 의료진이 말을 하거나 기침할 때 무균 상태의 수술대 위로 침방울(비말)이 튀는 걸 막기 위해 착용합니다. 환자를 진찰할 때도 비말이 튀는 일을 막을 수 있지요. 이 덴탈 마스크의 감염 예방 효과는 오랜 기간 의료 현장에서 입증돼 호흡기 증상이 있는 감염 환자의 비말 차단 방지용으로도 쓰고 있습니다. 덴탈 마스크 일일 생산량 49만장의 대부분은 정부가 공적 판매 물량으로 확보해 의료기관에 우선 공급하고 있습니다.
KF94 같은 공기정화필터(헤파 필터)가 장착된 고성능 마스크는 미세입자의 체내 유입을 막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황사나 미세먼지 등 유해 성분이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지요. 얼굴과 마스크를 완전 밀착하면 착용자는 필터를 통해서만 호흡할 수 있어 차단 효과가 뛰어납니다.
이런 헤파 필터에도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습기입니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 KF94 마스크를 쓰다 기침을 하면 마스크가 젖어 필터 기능이 떨어집니다. 필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숨쉬기 힘들어지고 이때 무심코 마스크를 벗으면 비말 차단이라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호흡기 증상을 가진 사람이나 노약자, 어린이들이 기능이 떨어진 고성능 마스크를 오래 착용하면 호흡 곤란이라는 역효과를 겪을 수 있습니다.
덴탈 마스크는 비말로 인한 필터 손상이 적고 호흡이 편해 비교적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성능 마스크는 4겹의 필터가 한몸처럼 붙어 있어 물기에 약하지만 덴탈마스크는 필터 사이의 간격이 있고 방수 기능이 일부 있어 장시간 착용으로 인한 호흡 곤란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덴탈 마스크를 여러 장 사용하기 힘들 경우 천 마스크를 여러 장 준비해 매일 비눗물로 빨아가며 사용하는 것도 아예 착용하지 않는 것보다 낫습니다.
정부도 여름철을 앞두고 덴탈 마스크 수요가 늘자 생산량 증대, 고시 개정 준비에 나섰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스크 생산업체가 덴탈마스크와 두께가 비슷한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도록 6월 초 관련 고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덴탈마스크 하루 생산량도 기존 49만장에서 100만장으로 늘린다고 합니다. 식약처는 "고시 개정이 이뤄지면 생산업체에서도 해당 마스크의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스크 착용이 타인을 위한 배려라면 손씻기와 거리두기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어도 식사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벗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오염된 손으로 마스크를 만지면 위험성이 커집니다. 이 때문에 물과 비누가 있는 곳에서는 30초 이상 손씻기, 손씻기가 힘들다면 알코올 성분 소독제를 수시로 사용하는 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수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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