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도 기업족쇄法 줄줄이…노동이사제·상법 개정 반드시 막아야"
전문가들이 21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규제 완화로 ‘원격의료 도입’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꼽았다. 반드시 막아야 할 규제로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1순위로 지목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지난 27~31일 민간 싱크탱크인 FROM 100, 한반도선진화재단, 안민정책포럼, 한국규제학회 등 소속 교수, 연구원, 기업인 등 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 응답)한 결과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을 옥죄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51.5% ‘원격의료 도입’ 꼽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할 규제 완화 법안’으로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꼽은 응답이 각각 34명(51.5%)으로 가장 많았다. 원격의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당과 청와대가 도입에 전향적인 의견을 밝히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다만 당·정·청은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전화 진료 등 ‘비대면 진료’에 한해 격오지 등에서만 허용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기회에 전면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2018년 도입된 주 52시간제의 보완책이다. 지난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현행 최장 3개월인 단위기간을 최장 6개월로 늘리는 데 합의하고 국회에 후속 입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세부사항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결국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꼽은 응답도 27명(40.9%)에 달했다. 최저임금을 지역·업종·규모별로 차등 적용해 급격한 인상의 부작용을 막는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도 넘지 못했다. 가업상속 규제 완화(상속·증여세법 개정안)는 23명(34.8%),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개정안은 22명(33.3%), 차등의결권 도입(상법 개정안)은 20명(30.3%)으로 뒤를 이었다.
"21대도 기업족쇄法 줄줄이…노동이사제·상법 개정 반드시 막아야"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안돼”

21대 국회에서 통과돼서는 안 될 규제 법안으로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1위로 꼽혔다. 20대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반영해 정부 법안이 발의됐지만, 야당의 거센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공기관 개혁은 노조 영향력 확대로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포함된 상법 전부 개정안이 32명(48.5%),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과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각각 20명(30.3%)으로 뒤를 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20대 국회에서 좌초된 상법·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재추진해 이르면 6월 개원하는 21대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는 청와대가 집권 후반기 과제로 제시한 사안이다. 5월 본회의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정부는 올해 특수고용직, 내년 이후에는 자영업자까지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어 복합쇼핑몰 영업시간 규제(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는 18명(27.35%), 대기업 기술유용 처벌 강화(대·중소기업상생법 개정안)는 15명(22.7%), 5인 미만 사업체 근로기준법 적용은 12명(18.2%)이 막아야 할 규제로 꼽았다.

데이터 3법 “20대 국회 최고 규제 완화 법안”

전문가들은 20대 국회를 통과한 규제법 가운데 최고의 규제 완화 법안으로 데이터 3법(개정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들었다. 66.7%인 44명이 지목했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은 “데이터 3법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등 모든 산업 발전·육성을 위한 기초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법은 36명(54.5%)이, 규제샌드박스 3법(산업융합촉진법·지역특구법·정보통신진흥특별법)은 33명(50.0%)이, 벤처투자촉진법과 규제프리존법은 각각 13명(19.7%)이 지목했다.

20대 국회 최악의 규제 법안으로는 가장 많은 47명(71.2%)이 ‘타다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들었다. 주 52시간제는 46명(69.7%)이 지목해 간발의 차이로 뒤를 이었다. 정부가 대기업에 사업 철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한 대·중소기업상생법은 28명(42.4%), 화평법은 24명(36.4%)이 꼽았다.

임도원/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